28년 만에, 미국이 달러를 팔았습니다, 엔화 방어전이 '일본의 외로운 싸움'에서 '공조의 시대'로 넘어간 이틀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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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미국이 달러를 팔았습니다, 엔화 방어전이 '일본의 외로운 싸움'에서 '공조의 시대'로 넘어간 이틀간의 기록

지난 7월 31일 금요일, 미국 재무부가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샀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을 집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실제 거래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엔화를 사기 위해 달러를 판 것은 1998년 6월입니다. 무려 28년 만이고, 21세기 들어서는 처음입니다.

이 한 문장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이것이 시장에 나쁜 소식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 있는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풀어드리겠습니다.

1.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이야기는 목요일 밤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달 달러·엔 환율은 163~164엔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엔화 가치로 보면 거의 40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죠. 그런데 목요일 뉴욕 시간에 상황이 급변합니다. 환율은 목요일 장중 163.65엔까지 밀렸다가 방향을 틀었고, 금요일에는 159.09엔까지 되돌려졌습니다. 주간 기준으로는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엔화 강세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니케이는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진입했으며, 동시에 미국 관리들이 달러·엔 환율 견적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른바 '레이트 체크'입니다. 당국이 은행들에게 "지금 얼마에 거래되고 있나"를 직접 물어보는 절차인데, 시장에서는 이것을 개입 직전의 마지막 신호로 읽습니다.

규모가 놀랍습니다. 중앙은행 데이터를 보면 일본은 목요일 하루에만 최대 589억 7,000만 달러를 팔아 엔화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돈으로 80조 원이 넘는 금액을 단 하루에 쏟아부은 겁니다. 앞서 일본 재무성은 5월 27일까지 이미 742억 달러를 매도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번 사태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합니다. 한국도 움직였습니다. 로이터는 한국 외환당국이 7월 30일 이례적으로 달러 매도·원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다고 시장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그날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밤 10시 44분경 9개월 만에 달러당 1,420원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일본이 혼자 싸우던 전장에, 한국이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미국이 들어온 겁니다.

2. 미국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까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습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미국의 입장은 정반대였습니다. 올해 1월만 해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달러 매도 개입 가능성을 일축하며 "강달러 정책"을 재확인했고, 탄탄한 펀더멘털이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목요일, 같은 인물이 폭스 비즈니스에 나와 엔화가 "매우 저평가돼 보인다", "통화가 매우 저렴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튿날 실제로 개입이 집행됐죠.

배경에는 세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 에너지입니다. 이란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 에너지 수입업체들의 달러 수요가 폭증했고, 이것이 다시 엔화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합니다. 엔화가 약해지면 똑같은 배럴을 훨씬 비싸게 사야 하죠.

둘째, 속도입니다. UBS의 폴 도노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재무성이 엔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는 특정 레벨보다는 약세의 속도에 대한 대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이 질서를 잃고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 것, 이게 개입의 정통 명분입니다.

셋째, 미국의 이해관계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강달러는 미국에 이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달러 약세가 경기순환적 조정이 아니라 재정 우려와 글로벌 자산 수요 변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전환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달러는 미국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동맹국의 재정을 흔들고, 결국 미국 자산으로 돌아올 자금줄까지 마르게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개입은 미국이 일본에 베푼 시혜가 아닙니다. 미국 자신의 이익 계산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그래서 더 지속 가능합니다.

일본의 최고 통화 외교관인 미무라 아쓰시는 도쿄에서 개입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미국의 지원이 "심리적 지지를 넘어선다"고 밝혔습니다. 외교 언어로 이 정도면 사실상의 확인입니다.

3. 일본은행이 건넨 두 번째 카드
같은 금요일, 일본은행 결정도 나왔습니다.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1%로 동결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 52명 전원의 예상과 일치했고,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표결은 8대 1이었고, 다카타 하지메 위원이 즉각적인 1.25%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결국 아무것도 안 한 것 아니냐"고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메시지는 동결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부에 있었습니다.

일본은행은 7월 실제 물가가 1.6%에 그쳤음에도, 2026 회계연도 하반기부터 근원 물가가 2% 목표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9월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결정은 동결이었지만 회견은 매파적이었던 겁니다.

성장 전망도 함께 올렸습니다. 일본은행은 2026 회계연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4월의 0.5%에서 약 0.8%로 상향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구조적 힘이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일본의 반도체·정밀 제조 부문 수주 잔고를 크게 늘렸다는 점입니다. AI 밸류체인의 상류에 일본이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죠.

시장의 시선도 명확합니다. 7월 23일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 87명을 조사한 결과 86%가 연말까지 0.25%포인트 인상으로 1.25%에 도달할 것으로 봤고, 70%는 2027년 2분기까지 최소 1.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51%는 1.50%를 최종 금리로 봤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엔화 방어의 무기가 이제 하나에서 둘로 늘었습니다. 개입이라는 단기 무기 옆에, 금리 정상화라는 근본 무기가 장착 대기 중인 거죠. 개입만으로는 방향을 못 바꾸지만, 금리 경로가 따라붙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4. 시장은 어떻게 답했을까
가장 궁금하실 부분입니다. 답부터 드리면, 시장은 이 소식을 위험으로 읽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증시는 금요일 월가와 함께 강하게 랠리했고, 특히 한국 시장이 기록적인 반등을 보이면서 최근 AI 관련 자산의 조정이 끝자락에 다다랐다는 기대가 번졌습니다. 중국 CSI AI 지수는 7% 넘게 뛰었습니다.

일본 증시의 반응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엔화 강세는 통상 수출기업 수익성을 압박해 일본 주식에 악재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니케이225는 전일 대비 4.42% 상승하며 주요국 시장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관련주 되사기가 랠리를 이끌었습니다. 환율이라는 하방 요인과 반도체라는 상방 요인이 정면으로 부딪혔는데, 후자가 압도적으로 이긴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금요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1% 올라 25,373.85로 마감했고, S&P 500은 0.7% 상승해 7,489.72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76.97포인트, 0.53% 오른 52,485.03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S&P 500은 1% 가까이 올랐고, 매그니피센트 7 지수는 아마존의 급등에 힘입어 3.2% 뛰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물가 지표도 우호적으로 나왔습니다. 6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7% 상승하며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해 예상에 부합했고, 근원 PCE는 3.3%로 전월 3.4%에서 소폭 둔화했습니다. 2분기 실질 GDP는 연율 1.5%로 예상치 2.1%를 밑돌았지만, 소비와 민간 고정투자를 합한 민간 국내 최종판매는 3.9% 증가하며 내수 기반이 견조함을 보여줬습니다. 헤드라인은 식었는데 알맹이는 튼튼한,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죠.

같은 날 달러화 지수는 0.82% 하락한 99.99를 기록했습니다. 달러가 내려가는데 주식은 올랐습니다. 이게 이번 국면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5. 캐리 트레이드, 공포가 아니라 '일정표'로 읽으세요
물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때문입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엔화를 빌려서, 그 돈으로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삽니다. 순매도 엔 포지션은 116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2년 가까운 최고치에 근접해 있습니다. 엔화가 급등하면 이 대출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결국 사놨던 자산을 팔아 포지션을 정리하게 되죠. 2024년 8월에 우리는 그 장면을 실제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속도와 예고 여부입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은행이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신중하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폭넓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진적 경로는 갑작스러운 시장 충격 대신 질서 있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큽니다. 2024년 8월은 예상치 못한 인상이 급격한 엔화 랠리를 부르고 레버리지 포지션의 강제 청산으로 이어진 사례였습니다. 핵심은 '인상'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이코노미스트의 40%가 10월, 50%가 12월을 다음 인상 시점으로 지목했습니다. 7월 물가 지표는 8월 21일에, 8월 지표는 9월 18일에 발표되며 그 결정에 직접 반영됩니다. 일정도, 조건도, 방향도 전부 공개돼 있습니다. 시장이 미리 아는 위험은 이미 위험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게다가 청산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난 2년간 일본은 여러 차례 개입했고, 그때마다 시장은 소화하고 넘어갔습니다. 벼랑 끝에서 한 번에 떨어지는 시나리오보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오는 시나리오의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6. 역사가 알려주는 것 — 1985년과 1998년
미국이 통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 몇 안 되는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때 주요국이 손을 잡았고, 달러는 이후 몇 년에 걸쳐 큰 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1998년 6월,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했을 때도 달러·엔의 추세는 그 지점을 기점으로 반전됐습니다.

일본이 혼자 나섰던 2022년, 2024년, 그리고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시도는 모두 방향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반면 미국이 참여한 두 번은 모두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표본이 적다는 한계는 분명합니다만, 시장 참가자들의 머릿속에 이 두 번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변수입니다. 투기 세력이 반대편에 미국 재무부가 서 있다는 걸 알면, 포지션의 크기부터 달라지니까요.

참고로 연준은 2013년 이후 일본은행을 포함한 5개 주요 중앙은행과 달러 유동성 스와프 라인을 상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배관은 이미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7. 그래서 한국 투자자에게는 무슨 의미일까
가장 실질적인 부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째, 원화입니다. 이번에 한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고, 원·달러 환율은 9개월 만에 1,420원선을 뚫고 내려갔습니다. 일본과 한국 당국의 이례적인 공조 개입 이후 엔화와 원화가 모두 지지를 받았고, 원화는 9개월 만의 최강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아시아 통화 전반이 함께 움직였다는 건, 이번 국면이 일본 단독 이슈가 아니라 달러 사이클의 전환점으로 읽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달러 약세는 한국 자산에 우호적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프라이빗뱅크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는 "통상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달러가 강해지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며 "약달러는 신흥국에 이롭다"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약달러가 해외 수익 비중이 큰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고, 금을 포함한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며,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 주식에 통화 순풍을 제공한다고 분석합니다.모닝스타는 달러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글로벌 통화 대비 고평가 상태이며, 비미국 자산이 더 나은 가치와 통화 절상 여력을 제공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원화 자산을 보유한 우리 입장에서는, 그동안 우리를 짓눌렀던 방향이 반대로 돌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7월은 반도체 종목들에게 2008년 이후 최악의 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최악의 달 마지막 이틀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실적이 나왔고, 반도체 되사기가 시작됐고, 아시아 증시가 함께 반등했고, 통화 당국들이 공조에 나섰습니다. 악재가 쌓일 대로 쌓인 자리에서 여러 개의 긍정적 변수가 동시에 도착한 셈이죠.

8.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이틀간의 사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엔화 방어전이 일본의 외로운 싸움에서, 미국과 한국이 함께하는 공조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일본은 혼자서 11조 7,000억 엔을 쓰고도 방향을 못 바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개입이라는 단기 무기, 금리 정상화라는 중기 무기, 그리고 미국 재무부라는 든든한 파트너까지 세 가지가 동시에 갖춰졌습니다. 재무부는 은행들에게 "향후 조치에 대비해 준비 상태를 유지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 한 문장은 시장을 향한 명확한 경고이자, 방어 의지의 선언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재조정이 놓여 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일본 제조업의 수주 잔고를 채우고, 일본은행의 성장 전망을 끌어올리고, 30년 만의 금리 정상화에 명분을 주고 있습니다. 통화 정책이 마침내 실물 경제의 개선을 따라가기 시작한 겁니다.

시장은 이미 답을 내놨습니다. 개입 소식이 전해진 그날, 니케이는 4.42% 올랐고, 나스닥은 1% 상승 마감했고, 한국 시장은 기록적으로 반등했습니다. 불확실성이 걷히면 자산 가격은 오릅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걷힌 것은 "일본이 혼자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지난 2년간 가장 무겁던 질문이었습니다.

투자자로서 우리가 준비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달러 약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자산군, 즉 신흥국 주식과 원자재, 그리고 원화 자산에 대한 재점검입니다. 다른 하나는 9월과 10월, 12월로 이어지는 일본은행의 인상 일정표를 달력에 표시해두는 일입니다.

큰 전환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됩니다. 처음엔 하루짜리 뉴스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그때가 변곡점이었구나" 하게 되는 거죠. 1985년이 그랬고, 1998년이 그랬습니다. 2026년 7월의 이 이틀이 세 번째 이름이 될지, 함께 지켜보시죠.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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