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딸깍 한 번은 5억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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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딸깍 한 번은 5억원이었습니다.

2010년 6월 12일, 개빈 안드레센이라는 개발자가 아주 이상한 사이트를 하나 엽니다. 이름하여 비트코인 수도꼭지. 접속해서 찌그러진 글자 몇 개만 따라 치면 비트코인 5개를 그냥 줬어요. 조건도 없고, 가입도 없고, 심사도 없었습니다. 처음 물을 채운 건 본인 지갑의 1,100개였고, 그게 바닥나자 초기 채굴자들이 자기 코인을 기부해서 다시 채웠습니다. 그렇게 흘러나간 물이 총 19,700개. 오늘 시세로 한 개에 약 7만 7천 달러, 환율 1,360원대를 곱하면 한 개가 1억 500만원입니다. 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2조 700억원. 그러니까 그때 캡차 한 번 푼 대가가 지금 돈으로 5억원이 넘었던 겁니다.

여기서 잠깐, 경제학 교과서를 펴봅시다. 돈이 돈이 되려면 딱 하나가 필요합니다. 남이 받아준다는 확신이죠. 아무리 설계가 정교해도 나 혼자 들고 있으면 그건 화폐가 아니라 숫자 파일입니다. 그래서 모든 화폐와 모든 네트워크는 태어날 때 똑같은 병목을 만납니다. 쓰는 사람이 없어서 가치가 없고, 가치가 없어서 쓰는 사람이 없는 무한 루프요. 이걸 깨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입니다. 초기 사용자에게 돈을 태워서 억지로 첫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 카드사가 첫 결제에 캐시백을 주고, 배달앱이 첫 주문에 쿠폰을 꽂는 이유가 정확히 같습니다.

2010년 7월 비트코인의 사상 최저가는 0.04865달러였습니다. 그때 5개면 우리 돈으로 330원 남짓. 지금은 5억원대니 대략 158만배 구간이죠. 그런데 진짜 포인트는 배수가 아닙니다. 뿌린 19,700개는 총발행량 2,100만개의 0.094%예요. 전체의 0.1%도 안 되는 물량으로, 지갑을 설치하고 주소를 만들고 실제로 코인을 받아보는 경험을 수천 명에게 심었습니다. 지분은 거의 안 내주고 사용자만 확보한 겁니다. 마케팅으로 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저렴한 고객 획득 비용이었어요. 안드레센 본인도 사람들이 코인을 몇 개라도 손에 쥐고 써봐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말했고, 사토시 나카모토도 여기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 죽지 않았습니다. 2026년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잭 도시의 블록이 수도꼭지가 돌아왔다며 100만 달러어치를 다시 뿌렸어요. 재원은 회사 금고에서 꺼낸 약 15개, 1인당 최대 80달러 수준.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2010년엔 캡차만 풀면 됐는데, 2026년엔 자사 결제앱을 쓰고 지갑을 써야 줍니다. 공짜의 단가가 그만큼 올라간 거예요. 시가총액이 1.33조 달러가 된 자산은 더 이상 무조건 뿌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실용적인 교훈은 이겁니다. 지금 여러분 눈앞에서 누군가 무료로 뭔가를 뿌리고 있다면, 그건 자선이 아니라 그 서비스가 아직 사용자 한 명이 절실한 단계라는 신호입니다. 초기엔 공짜가 넘치고, 자리를 잡으면 공짜가 사라집니다. 그 창구가 열려 있는 구간을 알아보는 눈이 결국 수익률의 대부분을 결정하죠. 물론 뿌린다고 다 살아남는 건 아닙니다. 같은 시기 사라진 프로젝트가 훨씬 많다는 것도 함께 기억해야 공정한 이야기가 됩니다.

2010년의 딸깍 한 번은 5억원이었습니다. 수도꼭지는 잠겼지만, 물이 흐르는 구간은 어느 시장에나 한 번씩 다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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