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언젠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사람은요?
이번 하락의 본질은 기업의 실적이 무너진 사건이 아닙니다. 빌린 돈으로 쌓아 올린 구조물이 스스로의 무게를 못 견디고 주저앉은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물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지수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지수는 회복률 통계로 기록되지만, 강제로 청산당한 계좌는 통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하루에 벌어진 일
2026년 7월 2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732.09포인트, 10.84% 하락한 6023.66에 마감했습니다. 장 시작 6분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0시 13분에는 8% 이상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걸려 20분간 매매가 멈췄습니다. 그날 외국인은 4조 9,841억 원을 순매도했고, 삼성전자는 13.39%, SK하이닉스는 14.65% 떨어졌습니다. 다음 날인 29일에도 양 시장에서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코스피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6월 22일 고점 약 7,449조 원에서 4,669조 원 수준까지, 한 달 만에 2,800조 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지수로 보면 한 달 전 8,400선에서 장중 5,200선까지, 40%에 가까운 낙폭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과 대만, 중국 증시의 하락률이 10~17% 수준이었으니, 우리 시장의 낙폭은 글로벌 최대였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왜 유독 우리만 이렇게 깊게 파였을까요.
왜 우리만 더 아팠는가
답은 레버리지입니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27조 3,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32조 9,000억 원, 6월 말에는 37조 3,000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미수거래 관련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도 지난해 말 71억 원에서 3월 262억 원, 6월 527억 원으로 뛰었고요. 5월 27일부터 6월 22일까지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순매수한 금액만 8조 9,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구조를 이해하시면 왜 이게 무서운지 아실 겁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방식으로 매일 배율을 맞춥니다. 그래서 급락장에서는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고, 그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게다가 우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합니다. 미국 시총 1위인 엔비디아가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와 몸통이 거의 같은 크기였던 겁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국내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레버리지 상품이 촉발한 프로그램 매도를 지목했습니다.
청산은 순서대로 옵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아주 정직하게 작동합니다. 가장 멀리 나가 있던 사람부터 정산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의원실이 국내 10대 증권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월별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는 1월 565억 원대에서 6월 약 3,935억 원으로 반년 만에 596% 급증했습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9,193억 원,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연령대인데, 반대매매 규모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던 층이 70대 이상이었습니다.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든 노년층이 가장 혹독하게 정산당한 셈입니다.
Herald Corp
여기서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70대의 손실과 30대의 손실은 액수가 같아도 성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30대에게 남은 건 30년의 근로소득이지만, 70대에게 남은 건 이미 정해진 연금과 줄어든 원금입니다. 회복이란 결국 시간과 현금흐름의 함수인데, 은퇴 세대는 그 두 변수를 모두 잃은 상태에서 손실을 맞습니다. 그래서 같은 하락률이 누구에게는 조정이고 누구에게는 종점입니다.
서울 아파트를 포기하고 2배를 선택한 세대
그럼 2030은 괜찮을까요. 숫자를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 45만 9,000가구 가운데 20~30대 청년층 비중이 34.9%였습니다. 2020년 대비 12.3%포인트 급등한 수치입니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연봉의 2.2배 수준이고요. 여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20·30세대의 주택 보유율은 27.7%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 자금은 다른 문을 찾습니다. 한 사회학자는 노동소득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걸 체감한 청년들이 늘면서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현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동원해 반도체주에 올라탔던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들이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전세자금과 결혼자금까지 투입했던 2030이 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매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7월 28일 개인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4,200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렸습니다. 하루 만에 28.43% 급락한 바로 그 상품입니다. 레버리지 상품 네 개의 개인 순매수 규모만 1조 996억 원이었습니다. 급락 뒤 빠른 반등이 반복되면서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학습효과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학습효과는 대개 옳습니다. 딱 한 번, 옳지 않을 때까지만요. 그리고 레버리지 상품은 그 한 번을 견딜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그다음 방어선마저 얇아졌다는 것
"2030은 아직 창창하다"는 말이 흔히 위로로 쓰입니다. 문제는 그 창창함의 근거였던 노동시장이 지금 동시에 얇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미국 노동자 6분의 1의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의 신입 채용이 덜 노출된 직무보다 13% 줄었습니다.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022년 말 정점 대비 약 20% 감소했고요. 국내도 다르지 않아서,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채용 공고 14만여 건 가운데 신입만 뽑는 자리는 2.6%에 불과했고 97.4%가 경력을 요구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신입 공고는 전년 대비 43% 급감했고, 2026년 5월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25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산으로 가는 길이 막혀 레버리지를 탔는데, 그 레버리지가 청산된 뒤 돌아갈 노동시장의 입구도 좁아지고 있는 겁니다. 손실을 회복하는 유일한 수단이 근로소득인데, 그 근로소득의 진입로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 이게 이번 국면이 단순한 조정과 다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요
여기서 냉정하게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수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7월 코스피 하락률이 월간 기준 역대 1위에 해당할 만큼 과매도 성격이 짙다며, 메모리 피크아웃과 중국의 증설 경쟁 같은 위험이 존재하지만 아직 잠재적 위험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현재 낙폭은 과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증권 조아인 연구원 역시 이번 조정을 기업 펀더멘털 훼손이라기보다 유동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지수가 회복돼도 청산당한 계좌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레버리지의 수학이 그렇습니다. 반토막 난 자산이 본전으로 돌아오려면 100% 올라야 하는데, 2배 상품은 그 왕복 과정에서 변동성만큼 원금을 갉아먹습니다. 지수가 제자리로 와도 상품은 제자리로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판단은 "언제 반등하느냐"가 아니라 "반등하는 날까지 내가 시장에 남아 있느냐"입니다. 남아 있으려면 강제 청산 라인 밖으로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아쉽더라도 레버리지 비중부터 줄이는 게 순서입니다.
그리고 이미 감당 범위를 넘어섰다면, 이건 혼자 버틸 일이 아닙니다. 제도가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은 연체가 우려되거나 시작된 단계에서 신청할 수 있고,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이거나 34세 이하인 경우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2026년부터 청년 신속채무조정 특례가 강화돼 연체 30일 이내에 신청하면 이자 전액 감면과 함께 원금 감면 혜택이 최대 20%까지 확대됐습니다. 상담은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통해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가 학자금대출 연체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신용·재무 상담을 시작한 것도 지난 7월 28일입니다. 늦게 찾아갈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제도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시장은 실력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정산합니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의 차이가 수익률로만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차이가 생존 여부로 바뀝니다. 그래서 하락은 위기가 아니라 채점입니다.
은퇴 세대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고, 2030에게는 회복할 소득의 입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두 세대 모두 같은 상품을 들고 같은 날 정산당했다는 게 이번 국면의 가장 아픈 지점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건 다음 반등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다음 반등까지 계좌와 삶을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자산은 잃어도 회복할 수 있지만,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잃으면 그때부터는 시장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오늘 손실을 확인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손실을 만회할 다음 베팅을 찾는 게 아니라, 다음 베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먼저 돌아가는 겁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번 하락의 본질은 기업의 실적이 무너진 사건이 아닙니다. 빌린 돈으로 쌓아 올린 구조물이 스스로의 무게를 못 견디고 주저앉은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물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지수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지수는 회복률 통계로 기록되지만, 강제로 청산당한 계좌는 통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하루에 벌어진 일
2026년 7월 2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732.09포인트, 10.84% 하락한 6023.66에 마감했습니다. 장 시작 6분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0시 13분에는 8% 이상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걸려 20분간 매매가 멈췄습니다. 그날 외국인은 4조 9,841억 원을 순매도했고, 삼성전자는 13.39%, SK하이닉스는 14.65% 떨어졌습니다. 다음 날인 29일에도 양 시장에서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코스피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6월 22일 고점 약 7,449조 원에서 4,669조 원 수준까지, 한 달 만에 2,800조 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지수로 보면 한 달 전 8,400선에서 장중 5,200선까지, 40%에 가까운 낙폭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과 대만, 중국 증시의 하락률이 10~17% 수준이었으니, 우리 시장의 낙폭은 글로벌 최대였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왜 유독 우리만 이렇게 깊게 파였을까요.
왜 우리만 더 아팠는가
답은 레버리지입니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27조 3,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32조 9,000억 원, 6월 말에는 37조 3,000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미수거래 관련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도 지난해 말 71억 원에서 3월 262억 원, 6월 527억 원으로 뛰었고요. 5월 27일부터 6월 22일까지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순매수한 금액만 8조 9,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구조를 이해하시면 왜 이게 무서운지 아실 겁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방식으로 매일 배율을 맞춥니다. 그래서 급락장에서는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고, 그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게다가 우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합니다. 미국 시총 1위인 엔비디아가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와 몸통이 거의 같은 크기였던 겁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국내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레버리지 상품이 촉발한 프로그램 매도를 지목했습니다.
청산은 순서대로 옵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아주 정직하게 작동합니다. 가장 멀리 나가 있던 사람부터 정산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의원실이 국내 10대 증권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월별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는 1월 565억 원대에서 6월 약 3,935억 원으로 반년 만에 596% 급증했습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9,193억 원,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연령대인데, 반대매매 규모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던 층이 70대 이상이었습니다.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든 노년층이 가장 혹독하게 정산당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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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70대의 손실과 30대의 손실은 액수가 같아도 성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30대에게 남은 건 30년의 근로소득이지만, 70대에게 남은 건 이미 정해진 연금과 줄어든 원금입니다. 회복이란 결국 시간과 현금흐름의 함수인데, 은퇴 세대는 그 두 변수를 모두 잃은 상태에서 손실을 맞습니다. 그래서 같은 하락률이 누구에게는 조정이고 누구에게는 종점입니다.
서울 아파트를 포기하고 2배를 선택한 세대
그럼 2030은 괜찮을까요. 숫자를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 45만 9,000가구 가운데 20~30대 청년층 비중이 34.9%였습니다. 2020년 대비 12.3%포인트 급등한 수치입니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연봉의 2.2배 수준이고요. 여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20·30세대의 주택 보유율은 27.7%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 자금은 다른 문을 찾습니다. 한 사회학자는 노동소득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걸 체감한 청년들이 늘면서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현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동원해 반도체주에 올라탔던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들이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전세자금과 결혼자금까지 투입했던 2030이 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매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7월 28일 개인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4,200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렸습니다. 하루 만에 28.43% 급락한 바로 그 상품입니다. 레버리지 상품 네 개의 개인 순매수 규모만 1조 996억 원이었습니다. 급락 뒤 빠른 반등이 반복되면서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학습효과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학습효과는 대개 옳습니다. 딱 한 번, 옳지 않을 때까지만요. 그리고 레버리지 상품은 그 한 번을 견딜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그다음 방어선마저 얇아졌다는 것
"2030은 아직 창창하다"는 말이 흔히 위로로 쓰입니다. 문제는 그 창창함의 근거였던 노동시장이 지금 동시에 얇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미국 노동자 6분의 1의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의 신입 채용이 덜 노출된 직무보다 13% 줄었습니다.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022년 말 정점 대비 약 20% 감소했고요. 국내도 다르지 않아서,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채용 공고 14만여 건 가운데 신입만 뽑는 자리는 2.6%에 불과했고 97.4%가 경력을 요구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신입 공고는 전년 대비 43% 급감했고, 2026년 5월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25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산으로 가는 길이 막혀 레버리지를 탔는데, 그 레버리지가 청산된 뒤 돌아갈 노동시장의 입구도 좁아지고 있는 겁니다. 손실을 회복하는 유일한 수단이 근로소득인데, 그 근로소득의 진입로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 이게 이번 국면이 단순한 조정과 다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요
여기서 냉정하게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수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7월 코스피 하락률이 월간 기준 역대 1위에 해당할 만큼 과매도 성격이 짙다며, 메모리 피크아웃과 중국의 증설 경쟁 같은 위험이 존재하지만 아직 잠재적 위험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현재 낙폭은 과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증권 조아인 연구원 역시 이번 조정을 기업 펀더멘털 훼손이라기보다 유동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지수가 회복돼도 청산당한 계좌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레버리지의 수학이 그렇습니다. 반토막 난 자산이 본전으로 돌아오려면 100% 올라야 하는데, 2배 상품은 그 왕복 과정에서 변동성만큼 원금을 갉아먹습니다. 지수가 제자리로 와도 상품은 제자리로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판단은 "언제 반등하느냐"가 아니라 "반등하는 날까지 내가 시장에 남아 있느냐"입니다. 남아 있으려면 강제 청산 라인 밖으로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아쉽더라도 레버리지 비중부터 줄이는 게 순서입니다.
그리고 이미 감당 범위를 넘어섰다면, 이건 혼자 버틸 일이 아닙니다. 제도가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은 연체가 우려되거나 시작된 단계에서 신청할 수 있고,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이거나 34세 이하인 경우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2026년부터 청년 신속채무조정 특례가 강화돼 연체 30일 이내에 신청하면 이자 전액 감면과 함께 원금 감면 혜택이 최대 20%까지 확대됐습니다. 상담은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통해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가 학자금대출 연체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신용·재무 상담을 시작한 것도 지난 7월 28일입니다. 늦게 찾아갈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제도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시장은 실력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정산합니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의 차이가 수익률로만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차이가 생존 여부로 바뀝니다. 그래서 하락은 위기가 아니라 채점입니다.
은퇴 세대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고, 2030에게는 회복할 소득의 입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두 세대 모두 같은 상품을 들고 같은 날 정산당했다는 게 이번 국면의 가장 아픈 지점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건 다음 반등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다음 반등까지 계좌와 삶을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자산은 잃어도 회복할 수 있지만,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잃으면 그때부터는 시장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오늘 손실을 확인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손실을 만회할 다음 베팅을 찾는 게 아니라, 다음 베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먼저 돌아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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