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조 5천억 순매도와 코스피 9.99% 폭락, 6월 말 리밸런싱이 분수령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팔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60조 원 매물 폭탄'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로 오늘 6월 23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9.99% 폭락하면서 이 모든 그림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의 매도는 6월 말 리밸런싱 유예 종료를 앞둔 '선제적 비중 조절'이며, 단기 수급에는 부담이 되지만 과거식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것, 그리고 오늘의 폭락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외국인의 반도체 차익 실현이 주범이라는 것, 이 세 가지가 오늘 시장의 핵심입니다.
국민연금은 지금 얼마나 팔고 있나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6월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약 2조 5,000억 원, 정확히는 2조 4,98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매도세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습니다. 특히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단 4거래일 동안에만 1조 2,696억 원을 쏟아냈습니다. 날짜별로 보면 17일 1,676억 원, 18일 3,920억 원, 19일 5,267억 원, 22일 1,833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19일 하루 순매도 5,267억 원은 2021년 9월 2일 이후 가장 큰 일일 매도 규모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물량의 대부분이 국민연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이 물량을 받아낸 주체입니다. 최근 일주일인 15일부터 22일까지 연기금이 1조 4,030억 원을 파는 동안, 외국인이 1조 930억 원, 개인이 6,940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흡수했습니다. 즉 연기금이 던진 물량을 외국인과 개인이 받아내는 구도가 형성돼 있었던 것입니다.
왜 갑자기 파는 걸까, 리밸런싱의 원리
핵심은 '자산배분 리밸런싱'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을 정해두고 운용합니다. 올해 말 기준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입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급등해 국내주식 평가액이 불어나면 전체 기금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자연히 커집니다. 이 비중이 정해진 한도를 넘어서면, 초과한 만큼을 팔아 다른 자산으로 옮겨 균형을 맞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주가가 오를 때 일부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지키는, 일종의 자동 위험 관리 장치인 셈입니다.
올해 국민연금이 내린 특별한 결정들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올해 결정의 타임라인을 짚어야 합니다. 먼저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소폭 올리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을 고려해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비중이 한도를 넘어도 기계적으로 팔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유예 조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이 지난 5월 28일에 나왔습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무려 5.9%포인트나 대폭 상향했습니다. 코스피가 워낙 빠르게 올라 실제 비중이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상황을, 목표 자체를 현실에 맞춰 올림으로써 기계적 매도 압력을 줄이려는 조치였습니다. 동시에 전략적 자산배분, 즉 SAA 허용 범위도 기존 플러스마이너스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두 배 넓혔습니다. 이에 따라 SAA 기준 허용 상단은 26.8%가 되고, 여기에 전술적 자산배분인 TAA 여력까지 더하면 상단이 최대 28.8%까지 높아집니다. 풀어 말하면, 전략적 배분과 전술적 배분을 합쳐 최대 플러스마이너스 8%포인트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더불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도 축소했습니다. 이렇게 손질된 새 기준은 유예가 끝나는 6월 말부터 본격 적용됩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코스피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섰고, 19일에는 장중 9,300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22일에는 9,114.55로 마감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가 5.6% 급등해 291만 9,000원에 마감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도 빠르게 불어났고, 그 결과 실제 비중은 다시 허용 상단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19일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이 31.4%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목표치 20.8%, 허용 상단 28.8%, 실제 추정치 30% 초과라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국 6월 말 유예가 풀리는 순간 다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국민연금이 그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미리 비중을 덜어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60조 원 매물 폭탄설, 어디까지 사실일까
가장 자극적인 숫자가 바로 이 '60조 원'입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약 2,000조 원에 육박하는 점을 단순 계산하면, 초과한 국내주식 비중을 어디까지 낮추느냐에 따라 매도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비교적 여유 있는 TAA 상단 28.8%에 맞추면 약 24조 원, 보다 보수적인 SAA 상단 26.8%까지 줄이면 약 50조 원, 일부 기관은 55조 원에서 60조 원까지도 거론합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숫자는 '당장 한꺼번에 팔아야 하는 금액'이 아니라 이론상의 최대치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와 같은 매물 폭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국민연금이 이미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를 줄여둔 데다, 수개월에서 1년 이상에 걸쳐 분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 씨티그룹도 코스피 9,000 이상에서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수 있고, 하루 매도 규모는 약 6,000억 원에서 9,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즉 시장이 한 번에 짓눌리기보다는, 상승 탄력을 서서히 둔화시키는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종목별로도 단순한 비중 축소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기로 7,770억 원에 달했고, 이어 SK스퀘어 4,749억 원, 미래에셋증권 2,921억 원, 두산 2,117억 원, LG이노텍 1,879억 원, 삼성전자 우선주 1,858억 원, 포스코홀딩스 1,553억 원 순이었습니다. 반대로 매도 와중에도 네이버 4,598억 원, SK하이닉스 4,318억 원, 현대모비스 1,589억 원, 삼성생명 1,100억 원, 신한지주 1,016억 원은 오히려 사들였습니다. 차익 실현과 비중 조정, 그리고 성장주 중심의 재배치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코스피가 9.99% 폭락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어제까지의 그림이었다면, 오늘 6월 23일 시장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돌변했습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 무려 9.99% 폭락한 8,203.8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락 폭은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오전부터 코스닥과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고, 오후 2시 33분께 코스피가 8% 넘게 떨어지면서 결국 서킷브레이커, 즉 거래 일시 중단까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폭락의 주범은 국민연금이 아니었습니다.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점 기준으로 외국인이 6조 원이 넘는 순매도, 기관도 3조 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은 9조 원 넘게 사들이며 받아냈습니다. 특히 전날 시총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12%대로 급락했습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반도체로의 쏠림 현상이 단기 부작용으로 터진 것이며, 시총 1위 쟁탈 과정에서 극심했던 쏠림이 외국인 중심의 차익 실현으로 되돌려지면서 변동성이 증폭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1,540원을 돌파하며 불안 심리를 키웠습니다.
폭락이 국민연금 매도에 던지는 의미
역설적이게도 오늘의 폭락은 국민연금의 매도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주식 평가액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은, 기금 내 국내주식 비중 역시 자동으로 낮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9,100선에서 30%를 웃돌던 비중이, 8,200선에서는 한도에 한층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가가 알아서 비중을 깎아준 셈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산술 효과일 뿐, 6월 말 유예 종료라는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단기 포인트는 외국인 매도가 진정될지 여부, 연기금 매도가 이어질지 여부, 그리고 8,000선이 지켜질지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본격화되는 7월 이후의 매도 강도, 그리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중기 자산배분 방향이 변수입니다. 참고로 2027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 역시 20.8%로 고정돼 있어, 증시가 다시 급등하면 동일한 매도 압력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오늘 정리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국민연금의 매도는 6월 말 리밸런싱 정상화를 앞둔 예정된 수순이며 단기 수급 부담 요인은 맞지만, 과거식 매물 폭탄 가능성은 낮고, 오늘의 9.99% 폭락은 그와 별개로 외국인의 반도체 차익 실현이 주도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연기금 리밸런싱이라는 구조적 부담과 외국인 수급이라는 단기 변수가 겹친, 변동성이 큰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에 앞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팔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60조 원 매물 폭탄'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로 오늘 6월 23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9.99% 폭락하면서 이 모든 그림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의 매도는 6월 말 리밸런싱 유예 종료를 앞둔 '선제적 비중 조절'이며, 단기 수급에는 부담이 되지만 과거식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것, 그리고 오늘의 폭락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외국인의 반도체 차익 실현이 주범이라는 것, 이 세 가지가 오늘 시장의 핵심입니다.
국민연금은 지금 얼마나 팔고 있나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6월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약 2조 5,000억 원, 정확히는 2조 4,98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매도세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습니다. 특히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단 4거래일 동안에만 1조 2,696억 원을 쏟아냈습니다. 날짜별로 보면 17일 1,676억 원, 18일 3,920억 원, 19일 5,267억 원, 22일 1,833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19일 하루 순매도 5,267억 원은 2021년 9월 2일 이후 가장 큰 일일 매도 규모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물량의 대부분이 국민연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이 물량을 받아낸 주체입니다. 최근 일주일인 15일부터 22일까지 연기금이 1조 4,030억 원을 파는 동안, 외국인이 1조 930억 원, 개인이 6,940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흡수했습니다. 즉 연기금이 던진 물량을 외국인과 개인이 받아내는 구도가 형성돼 있었던 것입니다.
왜 갑자기 파는 걸까, 리밸런싱의 원리
핵심은 '자산배분 리밸런싱'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을 정해두고 운용합니다. 올해 말 기준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입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급등해 국내주식 평가액이 불어나면 전체 기금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자연히 커집니다. 이 비중이 정해진 한도를 넘어서면, 초과한 만큼을 팔아 다른 자산으로 옮겨 균형을 맞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주가가 오를 때 일부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지키는, 일종의 자동 위험 관리 장치인 셈입니다.
올해 국민연금이 내린 특별한 결정들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올해 결정의 타임라인을 짚어야 합니다. 먼저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소폭 올리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을 고려해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비중이 한도를 넘어도 기계적으로 팔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유예 조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이 지난 5월 28일에 나왔습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무려 5.9%포인트나 대폭 상향했습니다. 코스피가 워낙 빠르게 올라 실제 비중이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상황을, 목표 자체를 현실에 맞춰 올림으로써 기계적 매도 압력을 줄이려는 조치였습니다. 동시에 전략적 자산배분, 즉 SAA 허용 범위도 기존 플러스마이너스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두 배 넓혔습니다. 이에 따라 SAA 기준 허용 상단은 26.8%가 되고, 여기에 전술적 자산배분인 TAA 여력까지 더하면 상단이 최대 28.8%까지 높아집니다. 풀어 말하면, 전략적 배분과 전술적 배분을 합쳐 최대 플러스마이너스 8%포인트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더불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도 축소했습니다. 이렇게 손질된 새 기준은 유예가 끝나는 6월 말부터 본격 적용됩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코스피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섰고, 19일에는 장중 9,300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22일에는 9,114.55로 마감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가 5.6% 급등해 291만 9,000원에 마감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도 빠르게 불어났고, 그 결과 실제 비중은 다시 허용 상단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19일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이 31.4%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목표치 20.8%, 허용 상단 28.8%, 실제 추정치 30% 초과라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국 6월 말 유예가 풀리는 순간 다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국민연금이 그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미리 비중을 덜어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60조 원 매물 폭탄설, 어디까지 사실일까
가장 자극적인 숫자가 바로 이 '60조 원'입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약 2,000조 원에 육박하는 점을 단순 계산하면, 초과한 국내주식 비중을 어디까지 낮추느냐에 따라 매도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비교적 여유 있는 TAA 상단 28.8%에 맞추면 약 24조 원, 보다 보수적인 SAA 상단 26.8%까지 줄이면 약 50조 원, 일부 기관은 55조 원에서 60조 원까지도 거론합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숫자는 '당장 한꺼번에 팔아야 하는 금액'이 아니라 이론상의 최대치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와 같은 매물 폭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국민연금이 이미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를 줄여둔 데다, 수개월에서 1년 이상에 걸쳐 분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 씨티그룹도 코스피 9,000 이상에서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수 있고, 하루 매도 규모는 약 6,000억 원에서 9,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즉 시장이 한 번에 짓눌리기보다는, 상승 탄력을 서서히 둔화시키는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종목별로도 단순한 비중 축소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기로 7,770억 원에 달했고, 이어 SK스퀘어 4,749억 원, 미래에셋증권 2,921억 원, 두산 2,117억 원, LG이노텍 1,879억 원, 삼성전자 우선주 1,858억 원, 포스코홀딩스 1,553억 원 순이었습니다. 반대로 매도 와중에도 네이버 4,598억 원, SK하이닉스 4,318억 원, 현대모비스 1,589억 원, 삼성생명 1,100억 원, 신한지주 1,016억 원은 오히려 사들였습니다. 차익 실현과 비중 조정, 그리고 성장주 중심의 재배치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코스피가 9.99% 폭락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어제까지의 그림이었다면, 오늘 6월 23일 시장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돌변했습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 무려 9.99% 폭락한 8,203.8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락 폭은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오전부터 코스닥과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고, 오후 2시 33분께 코스피가 8% 넘게 떨어지면서 결국 서킷브레이커, 즉 거래 일시 중단까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폭락의 주범은 국민연금이 아니었습니다.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점 기준으로 외국인이 6조 원이 넘는 순매도, 기관도 3조 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은 9조 원 넘게 사들이며 받아냈습니다. 특히 전날 시총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12%대로 급락했습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반도체로의 쏠림 현상이 단기 부작용으로 터진 것이며, 시총 1위 쟁탈 과정에서 극심했던 쏠림이 외국인 중심의 차익 실현으로 되돌려지면서 변동성이 증폭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1,540원을 돌파하며 불안 심리를 키웠습니다.
폭락이 국민연금 매도에 던지는 의미
역설적이게도 오늘의 폭락은 국민연금의 매도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주식 평가액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은, 기금 내 국내주식 비중 역시 자동으로 낮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9,100선에서 30%를 웃돌던 비중이, 8,200선에서는 한도에 한층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가가 알아서 비중을 깎아준 셈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산술 효과일 뿐, 6월 말 유예 종료라는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단기 포인트는 외국인 매도가 진정될지 여부, 연기금 매도가 이어질지 여부, 그리고 8,000선이 지켜질지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본격화되는 7월 이후의 매도 강도, 그리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중기 자산배분 방향이 변수입니다. 참고로 2027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 역시 20.8%로 고정돼 있어, 증시가 다시 급등하면 동일한 매도 압력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오늘 정리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국민연금의 매도는 6월 말 리밸런싱 정상화를 앞둔 예정된 수순이며 단기 수급 부담 요인은 맞지만, 과거식 매물 폭탄 가능성은 낮고, 오늘의 9.99% 폭락은 그와 별개로 외국인의 반도체 차익 실현이 주도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연기금 리밸런싱이라는 구조적 부담과 외국인 수급이라는 단기 변수가 겹친, 변동성이 큰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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