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한국 성인들이 매일 청산당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대신 2배를 골랐던 사람들. 2026년 7월, 청산의 기록
이번 폭락은 '누가 종목을 잘못 골랐는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빌린 돈의 구조가 하락을 다시 하락으로 되먹인 사건이었죠. 그리고 이 이야기의 진짜 결론은 조금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번 국면이 한국 자본시장이 20년 넘게 손대지 못했던 개인 레버리지의 총량과 배율, 그리고 채무자 안전망을 동시에 뜯어고치게 만든 첫 번째 사건이 됐다는 점입니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건 계좌지만, 동시에 바뀌고 있는 건 제도입니다. 이 둘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먼저 숫자를 보시죠
코스피는 6월 말 8,476.48에서 7월 28일 6,023.66으로 내려앉았습니다. 한 달 만에 28.94% 하락이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월간 낙폭을 넘어선 기록입니다. 7월 29일에는 5.98% 더 밀려 5,663.24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6.12% 내린 662.68을 기록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였죠. 최근 두 달 누적 낙폭은 코스피 약 29%, 코스닥 약 38%로, 리먼 사태 당시인 2008년 10~11월의 26%, 30%보다 가팔랐습니다.
그런데 이 지수 하락률만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빌린 돈'에 있거든요.
38조 6,328억 원,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진 일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잔액, 즉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1월 30조 2,779억 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5월 29일 사상 처음 38조 원을 넘어섰고, 6월 24일 38조 6,328억 원으로 역사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6월 말 기준으로도 37조 3,000억 원대였죠.
문제는 이 빚을 방어할 실탄이 동시에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월 4일 139조 6,948억 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7월 9일 107조 1,279억 원까지 줄었습니다. 한 달여 만에 32조 5,669억 원, 23.3%가 사라진 겁니다. 빚은 최고치인데 담보로 쓸 현금은 급감하는 상황. 이게 강제 청산의 완벽한 조건입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 이렇습니다. 신용융자 반대매매 체결금액은 1월 565억 원대에서 6월 약 3,935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반년 만에 596% 급증이죠. 상반기 누적으로는 9,193억 원, 거의 1조 원어치 주식이 주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장에 던져졌습니다. 7월 9일 하루에만 미수금 반대매매가 1,422억 원 집행됐고,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 4,322억 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왜 하필 2030이었을까요
여기서 세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10대 증권사 자료를 보면, 만 20세 이상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 잔고는 2025년 4월 둘째 주 1,888억 원에서 2026년 4월 둘째 주 4,239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1년 만에 2.24배, 증가율로는 124.5%입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 평균은 1.96배, 30대는 1.94배, 40대는 1.87배, 50대는 1.85배였죠. 20대의 증가 속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더 아픈 건 손실의 비대칭입니다. 대형 증권사 두 곳의 개인계좌 약 460만 개를 분석한 결과, 3월 조정 국면에서 신용융자를 쓴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19.0%, 쓰지 않은 계좌는 -8.2%였습니다. 손실률이 2.3배 벌어진 겁니다. 20대는 -17.8% 대 -6.7%, 30대는 -18.2% 대 -6.6%였고요. 투자금 1,000만 원 미만 계좌로 좁히면 격차는 2.8배, 20대 소액 계좌는 3.2배까지 벌어졌습니다. 자금이 적을수록, 레버리지를 쓸수록, 한 종목에 몰아넣을수록 무너지는 속도가 빨랐다는 뜻입니다.
다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번 청산은 세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6월 미수금 반대매매 체결금액은 50대가 2,88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2,209억 원, 60대 1,875억 원 순이었습니다. 증가율로는 70대 이상이 1월 90억 원에서 6월 686억 원으로 656.7% 늘어 전 연령대 최고였고요. 청년은 속도로, 노년은 규모와 가속도로 당한 셈입니다.
2배라는 상품이 만든 되먹임
이번 국면의 결정적 변수는 5월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ETF와 ETN이죠.
개인은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를 13조 1,761억 원, SK하이닉스를 21조 629억 원, 합쳐서 34조 2,390억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만 5조 6,000억 원 이상을 넣었습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7종에 4조 2,386억 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7종에 1조 6,119억 원이었죠. 같은 기간 기관은 각각 5조 1,713억 원, 2조 2,671억 원을 팔았습니다. 개인이 받아낸 물량이었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7월 29일 기준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추정 평균 수익률은 -28.51%, SK하이닉스 본주는 -23.55%, 삼성전자 본주는 -20.06%였습니다. 그런데 2배 상품의 손실률은 40%를 넘어섰습니다. 개인 순매수 3위였던 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평균 매수단가가 1만 7,712원인데 주가는 9,930원까지 내려갔죠.
왜 손실이 본주의 2배를 넘어갈까요. '음의 복리' 때문입니다. 이 상품은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를 따라갑니다. 급등락이 반복되면 원금이 갉아먹히죠.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년 뒤 정확히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조건에서도 해당 레버리지 상품은 각각 -63.42%, -75.44%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와도 원금의 3분의 2가 사라지는 구조인 겁니다.
여기에 구조적 되먹임이 겹칩니다. 2배 배율을 맞추려면 주가가 내리는 날 기초자산을 더 팔아야 합니다. 하락이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다시 하락을 부르죠.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기초자산 거래대금의 약 5% 수준인데, 한국은 20~30%에 달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만큼 커져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 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진짜 본론입니다.
금융당국은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현금으로만 3,000만 원을 보유한 경우에만 신규·추가 매수가 가능하도록 기본예탁금 규제를 시행합니다. 매도대금을 담보로 빌린 돈은 예탁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매도 후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T+2일에야 인정하는 방식으로 회전매매도 막습니다. 시스템 개발을 못 끝낸 증권사에는 신규거래 취급 제한을 권고할 방침이고요.
7월 29일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는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총량 관리가 즉시 추진 과제로 올라왔습니다.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안이 예시로 제시됐죠. 목표 배율을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 과다호가부담금처럼 과도한 거래에 비용을 물리는 방안, 사전교육을 넘어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전문투자자에게만 신규 매수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8월부터는 손실률이 일정 수준을 넘거나 장기 보유 중인 투자자에게 위험을 자동으로 알리는 푸시 시스템도 가동됩니다. 운용사와 증권사들은 종가 부근에 몰리던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으로 분산하기로 했고요.
그리고 또 하나. 정부는 7월 14일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 신설을 발표했습니다. 10월부터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며, 수신자 부담입니다. 채무조정부터 개인회생·파산 신청 지원, 금융·고용·복지 복합지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까지 한 번호로 연결됩니다. 119나 112처럼 한 곳으로 전화하면 다 안내받게 하겠다는 취지죠. 통신·전기 요금 채무까지 상담 범위에 들어갑니다. 배경에는 무거운 통계가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자살 사망자는 2015년 3,089명(23.0%)에서 2024년 4,398명(29.6%)으로 늘었습니다. 이 번호는 '실패한 사람을 위한 창구'가 아니라 '아직 늦지 않은 사람을 위한 창구'로 설계됐습니다. 연체가 예상되는 초기 단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레버리지의 본질은 수익률을 키우는 도구가 아닙니다. 시간을 파는 도구입니다. 담보 유지비율이 깨지는 순간, 내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와 무관하게 포지션이 정리되죠. 시장이 옳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버틸 수 있느냐가 결과를 정합니다. 50% 손실은 100% 수익이 있어야 회복되고, 75% 손실은 300% 수익이 필요합니다. 반대매매는 그 회복의 기회 자체를 빼앗아 갑니다.
그럼에도 이 국면을 절망으로만 읽을 이유는 없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목표치 9,000을 유지하며 최근 조정을 매수 기회로 진단했고, JP모건은 12개월 목표치로 12,500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의 이익 체력이 무너져서 생긴 하락이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가 만든 하락이라는 진단이 우세하죠. 구조가 원인이라면, 구조를 고치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작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어서 2배를 골랐던 선택. 그 절박함 자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배율을 높인다고 사다리가 짧아지지는 않습니다.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이 흔들릴 뿐이죠. 이번 7월이 남긴 가장 값진 자산은 손실 명세서가 아니라, 빌린 돈으로는 시간을 이길 수 없다는 감각일 겁니다. 그 감각을 지닌 채 살아남는 것, 그게 다음 사이클에 참여할 자격입니다.
빚 문제로 힘드시다면 10월부터 1375, 그 전이라도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혼자 계산하지 마시고 먼저 상담받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대신 2배를 골랐던 사람들. 2026년 7월, 청산의 기록
이번 폭락은 '누가 종목을 잘못 골랐는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빌린 돈의 구조가 하락을 다시 하락으로 되먹인 사건이었죠. 그리고 이 이야기의 진짜 결론은 조금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번 국면이 한국 자본시장이 20년 넘게 손대지 못했던 개인 레버리지의 총량과 배율, 그리고 채무자 안전망을 동시에 뜯어고치게 만든 첫 번째 사건이 됐다는 점입니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건 계좌지만, 동시에 바뀌고 있는 건 제도입니다. 이 둘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먼저 숫자를 보시죠
코스피는 6월 말 8,476.48에서 7월 28일 6,023.66으로 내려앉았습니다. 한 달 만에 28.94% 하락이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월간 낙폭을 넘어선 기록입니다. 7월 29일에는 5.98% 더 밀려 5,663.24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6.12% 내린 662.68을 기록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였죠. 최근 두 달 누적 낙폭은 코스피 약 29%, 코스닥 약 38%로, 리먼 사태 당시인 2008년 10~11월의 26%, 30%보다 가팔랐습니다.
그런데 이 지수 하락률만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빌린 돈'에 있거든요.
38조 6,328억 원,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진 일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잔액, 즉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1월 30조 2,779억 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5월 29일 사상 처음 38조 원을 넘어섰고, 6월 24일 38조 6,328억 원으로 역사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6월 말 기준으로도 37조 3,000억 원대였죠.
문제는 이 빚을 방어할 실탄이 동시에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월 4일 139조 6,948억 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7월 9일 107조 1,279억 원까지 줄었습니다. 한 달여 만에 32조 5,669억 원, 23.3%가 사라진 겁니다. 빚은 최고치인데 담보로 쓸 현금은 급감하는 상황. 이게 강제 청산의 완벽한 조건입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 이렇습니다. 신용융자 반대매매 체결금액은 1월 565억 원대에서 6월 약 3,935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반년 만에 596% 급증이죠. 상반기 누적으로는 9,193억 원, 거의 1조 원어치 주식이 주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장에 던져졌습니다. 7월 9일 하루에만 미수금 반대매매가 1,422억 원 집행됐고,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 4,322억 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왜 하필 2030이었을까요
여기서 세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10대 증권사 자료를 보면, 만 20세 이상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 잔고는 2025년 4월 둘째 주 1,888억 원에서 2026년 4월 둘째 주 4,239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1년 만에 2.24배, 증가율로는 124.5%입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 평균은 1.96배, 30대는 1.94배, 40대는 1.87배, 50대는 1.85배였죠. 20대의 증가 속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더 아픈 건 손실의 비대칭입니다. 대형 증권사 두 곳의 개인계좌 약 460만 개를 분석한 결과, 3월 조정 국면에서 신용융자를 쓴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19.0%, 쓰지 않은 계좌는 -8.2%였습니다. 손실률이 2.3배 벌어진 겁니다. 20대는 -17.8% 대 -6.7%, 30대는 -18.2% 대 -6.6%였고요. 투자금 1,000만 원 미만 계좌로 좁히면 격차는 2.8배, 20대 소액 계좌는 3.2배까지 벌어졌습니다. 자금이 적을수록, 레버리지를 쓸수록, 한 종목에 몰아넣을수록 무너지는 속도가 빨랐다는 뜻입니다.
다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번 청산은 세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6월 미수금 반대매매 체결금액은 50대가 2,88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2,209억 원, 60대 1,875억 원 순이었습니다. 증가율로는 70대 이상이 1월 90억 원에서 6월 686억 원으로 656.7% 늘어 전 연령대 최고였고요. 청년은 속도로, 노년은 규모와 가속도로 당한 셈입니다.
2배라는 상품이 만든 되먹임
이번 국면의 결정적 변수는 5월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ETF와 ETN이죠.
개인은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를 13조 1,761억 원, SK하이닉스를 21조 629억 원, 합쳐서 34조 2,390억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만 5조 6,000억 원 이상을 넣었습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7종에 4조 2,386억 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7종에 1조 6,119억 원이었죠. 같은 기간 기관은 각각 5조 1,713억 원, 2조 2,671억 원을 팔았습니다. 개인이 받아낸 물량이었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7월 29일 기준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추정 평균 수익률은 -28.51%, SK하이닉스 본주는 -23.55%, 삼성전자 본주는 -20.06%였습니다. 그런데 2배 상품의 손실률은 40%를 넘어섰습니다. 개인 순매수 3위였던 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평균 매수단가가 1만 7,712원인데 주가는 9,930원까지 내려갔죠.
왜 손실이 본주의 2배를 넘어갈까요. '음의 복리' 때문입니다. 이 상품은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를 따라갑니다. 급등락이 반복되면 원금이 갉아먹히죠.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년 뒤 정확히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조건에서도 해당 레버리지 상품은 각각 -63.42%, -75.44%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와도 원금의 3분의 2가 사라지는 구조인 겁니다.
여기에 구조적 되먹임이 겹칩니다. 2배 배율을 맞추려면 주가가 내리는 날 기초자산을 더 팔아야 합니다. 하락이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다시 하락을 부르죠.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기초자산 거래대금의 약 5% 수준인데, 한국은 20~30%에 달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만큼 커져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 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진짜 본론입니다.
금융당국은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현금으로만 3,000만 원을 보유한 경우에만 신규·추가 매수가 가능하도록 기본예탁금 규제를 시행합니다. 매도대금을 담보로 빌린 돈은 예탁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매도 후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T+2일에야 인정하는 방식으로 회전매매도 막습니다. 시스템 개발을 못 끝낸 증권사에는 신규거래 취급 제한을 권고할 방침이고요.
7월 29일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는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총량 관리가 즉시 추진 과제로 올라왔습니다.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안이 예시로 제시됐죠. 목표 배율을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 과다호가부담금처럼 과도한 거래에 비용을 물리는 방안, 사전교육을 넘어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전문투자자에게만 신규 매수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8월부터는 손실률이 일정 수준을 넘거나 장기 보유 중인 투자자에게 위험을 자동으로 알리는 푸시 시스템도 가동됩니다. 운용사와 증권사들은 종가 부근에 몰리던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으로 분산하기로 했고요.
그리고 또 하나. 정부는 7월 14일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 신설을 발표했습니다. 10월부터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며, 수신자 부담입니다. 채무조정부터 개인회생·파산 신청 지원, 금융·고용·복지 복합지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까지 한 번호로 연결됩니다. 119나 112처럼 한 곳으로 전화하면 다 안내받게 하겠다는 취지죠. 통신·전기 요금 채무까지 상담 범위에 들어갑니다. 배경에는 무거운 통계가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자살 사망자는 2015년 3,089명(23.0%)에서 2024년 4,398명(29.6%)으로 늘었습니다. 이 번호는 '실패한 사람을 위한 창구'가 아니라 '아직 늦지 않은 사람을 위한 창구'로 설계됐습니다. 연체가 예상되는 초기 단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레버리지의 본질은 수익률을 키우는 도구가 아닙니다. 시간을 파는 도구입니다. 담보 유지비율이 깨지는 순간, 내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와 무관하게 포지션이 정리되죠. 시장이 옳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버틸 수 있느냐가 결과를 정합니다. 50% 손실은 100% 수익이 있어야 회복되고, 75% 손실은 300% 수익이 필요합니다. 반대매매는 그 회복의 기회 자체를 빼앗아 갑니다.
그럼에도 이 국면을 절망으로만 읽을 이유는 없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목표치 9,000을 유지하며 최근 조정을 매수 기회로 진단했고, JP모건은 12개월 목표치로 12,500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의 이익 체력이 무너져서 생긴 하락이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가 만든 하락이라는 진단이 우세하죠. 구조가 원인이라면, 구조를 고치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작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어서 2배를 골랐던 선택. 그 절박함 자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배율을 높인다고 사다리가 짧아지지는 않습니다.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이 흔들릴 뿐이죠. 이번 7월이 남긴 가장 값진 자산은 손실 명세서가 아니라, 빌린 돈으로는 시간을 이길 수 없다는 감각일 겁니다. 그 감각을 지닌 채 살아남는 것, 그게 다음 사이클에 참여할 자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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