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트가 21세기의 석유가 됩니다", 래리 핑크가 예고한 새로운 자산 클래스, 컴퓨트 선물
AI 시대의 새로운 자산 클래스가 지금 이 순간 탄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컴퓨트 선물', 즉 컴퓨팅 파워를 석유나 곡물처럼 선물시장에서 사고파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지난 5월 이를 공식적으로 예고했고, 놀랍게도 불과 2주 만에 세계 양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와 ICE가 실제 상품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죠. 오늘은 이 거대한 변화를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짚어드리겠습니다.
발언의 현장, "미국은 전력도, 컴퓨트도, 칩도, 메모리도 부족합니다"
지난 5월 5일, 미국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인스티튜트 글로벌 컨퍼런스 무대에 래리 핑크 회장이 올랐습니다. 운용자산 13조 9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경 9천조 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명확했죠. 미국은 전력이 부족하고, 컴퓨트가 부족하고, 칩이 부족하고, 메모리까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네 가지 희소성이 결국 금융화될 것이라며, 새로운 자산 클래스는 컴퓨트 선물을 사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핑크 회장은 지금의 AI 투자 열풍을 버블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죠. 트레이더들이 원유 가격 변동을 선물로 헤지하듯, 앞으로 기업들은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의 가격 변동을 파생상품으로 방어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왜 컴퓨트가 새로운 원자재가 될까요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답이 보입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은 석탄에서 전기, 석유로 이동했고,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반도체와 인터넷, 클라우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죠. 그리고 AI 혁명의 시대, 가장 희소한 생산요소는 바로 컴퓨트, 즉 실제로 사용 가능한 연산 능력입니다.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려면 GPU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HBM 메모리, 전력,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갖춰져야 하죠. 그런데 병목 지점이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GPU가 부족했고, 2025년에는 HBM 메모리가 부족했으며, 2026년 이후로는 전력과 송전망, 변압기, 데이터센터 부지가 부족해지는 흐름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7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약 40%가 전력 제약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30년 약 945테라와트시,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결국 이제 희소한 것은 GPU라는 '장비'가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돌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GPU 100만 장을 사도 전력이 없으면 가동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GPU 몇 장을 갖고 있느냐보다 이번 달 GPU 사용 시간을 확보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고, 바로 이 지점에서 컴퓨트가 원유처럼 미리 예약되고 가격이 형성되는 선물시장의 필요성이 나오는 겁니다.
예언이 아니었습니다, 2주 만에 움직인 거래소들
핑크 회장의 발언이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 이것이 이번 이슈의 핵심입니다. 발언 일주일 뒤인 5월 12일,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이 GPU 시장 데이터 기업 실리콘데이터와 손잡고 사상 최초의 컴퓨트 선물 시장을 연내 출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GPU 렌탈 요금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투자자들이 컴퓨팅 비용 상승 위험을 헤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CME의 테리 더피 회장은 컴퓨트를 21세기의 새로운 석유라고 표현하며, 훈련되는 모든 AI 모델과 처리되는 모든 데이터가 컴퓨트 위에서 돌아간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주일 뒤인 5월 19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의 모기업 ICE가 금융 인프라 기업 오른과 제휴해 GPU 가격 지수 기반 선물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수는 설문이나 호가가 아닌 실제 체결된 거래 가격으로 산출되며, 엔비디아의 H100, H200, B200 같은 주력 GPU를 폭넓게 다룹니다. ICE는 7월 1일에 또 다른 지수 파트너와 추가 상품까지 발표했고, 앞서 1월에는 아키텍트 파이낸셜 테크놀로지스가 GPU와 D램 가격 선물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어, 현재 서너 개의 거래 인프라가 벤치마크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학계에서도 컴퓨트를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정의하고 그 가격결정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초기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죠.
블랙록은 이미 실물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핑크 회장의 발언은 말에 그치지 않고 블랙록의 실제 투자 행보와 맞물려 있습니다.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약 400억 달러, 우리 돈 약 55조 원에 미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 얼라인드 데이터센터스 인수를 진행 중입니다. 미주 전역 50개 캠퍼스, 5기가와트 규모의 플랫폼을 확보하는 사상 최대 데이터센터 거래죠. 이 컨소시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중동 국부펀드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핑크 회장은 밀컨 무대에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의 데이터센터 파트너십도 예고하며,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금융을 넘어 실물 인프라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도 이미 선물시장이 성립할 조건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H100 GPU 렌탈료는 지난겨울 4주 만에 10% 급등했고, 최신 B200 렌탈 지수는 올해 3월 한 달 동안 무려 24%나 치솟았습니다. HBM 계약가격 인상분이 원가로 전가되고, 프론티어 AI 모델 출시가 몰리면서 남는 컴퓨트를 빨아들인 결과였죠. 가격이 이렇게 출렁이니 헤지 수요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남은 과제와 투자자가 봐야 할 것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가장 큰 난제는 표준화입니다. 석유에는 WTI나 브렌트유 같은 글로벌 벤치마크가 있지만, 컴퓨트는 GPU 세대가 계속 바뀌고 워크로드도 달라지기 때문에 무엇을 표준 단위로 삼을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지금 벌어지는 CME와 ICE의 경쟁은 사실상 이 벤치마크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싸움입니다. 규제 승인이라는 관문도 남아 있고요.
그럼에도 큰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AI 경제의 희소 자원이 소프트웨어에서 전력, 컴퓨트, 메모리,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고, 그 희소성이 지수화되고 선물화되며 금융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 기업들이 유가와 환율 리스크를 선물로 방어했듯, 이제는 AI를 구동할 컴퓨팅 파워의 가격 리스크를 방어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컴퓨트가 21세기의 석유라면, 그 유전과 송유관, 그리고 선물시장까지 누가 쥐게 될지, 앞으로의 전개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자산 클래스가 지금 이 순간 탄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컴퓨트 선물', 즉 컴퓨팅 파워를 석유나 곡물처럼 선물시장에서 사고파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지난 5월 이를 공식적으로 예고했고, 놀랍게도 불과 2주 만에 세계 양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와 ICE가 실제 상품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죠. 오늘은 이 거대한 변화를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짚어드리겠습니다.
발언의 현장, "미국은 전력도, 컴퓨트도, 칩도, 메모리도 부족합니다"
지난 5월 5일, 미국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인스티튜트 글로벌 컨퍼런스 무대에 래리 핑크 회장이 올랐습니다. 운용자산 13조 9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경 9천조 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명확했죠. 미국은 전력이 부족하고, 컴퓨트가 부족하고, 칩이 부족하고, 메모리까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네 가지 희소성이 결국 금융화될 것이라며, 새로운 자산 클래스는 컴퓨트 선물을 사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핑크 회장은 지금의 AI 투자 열풍을 버블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죠. 트레이더들이 원유 가격 변동을 선물로 헤지하듯, 앞으로 기업들은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의 가격 변동을 파생상품으로 방어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왜 컴퓨트가 새로운 원자재가 될까요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답이 보입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은 석탄에서 전기, 석유로 이동했고,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반도체와 인터넷, 클라우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죠. 그리고 AI 혁명의 시대, 가장 희소한 생산요소는 바로 컴퓨트, 즉 실제로 사용 가능한 연산 능력입니다.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려면 GPU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HBM 메모리, 전력,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갖춰져야 하죠. 그런데 병목 지점이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GPU가 부족했고, 2025년에는 HBM 메모리가 부족했으며, 2026년 이후로는 전력과 송전망, 변압기, 데이터센터 부지가 부족해지는 흐름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7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약 40%가 전력 제약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30년 약 945테라와트시,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결국 이제 희소한 것은 GPU라는 '장비'가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돌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GPU 100만 장을 사도 전력이 없으면 가동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GPU 몇 장을 갖고 있느냐보다 이번 달 GPU 사용 시간을 확보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고, 바로 이 지점에서 컴퓨트가 원유처럼 미리 예약되고 가격이 형성되는 선물시장의 필요성이 나오는 겁니다.
예언이 아니었습니다, 2주 만에 움직인 거래소들
핑크 회장의 발언이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 이것이 이번 이슈의 핵심입니다. 발언 일주일 뒤인 5월 12일,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이 GPU 시장 데이터 기업 실리콘데이터와 손잡고 사상 최초의 컴퓨트 선물 시장을 연내 출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GPU 렌탈 요금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투자자들이 컴퓨팅 비용 상승 위험을 헤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CME의 테리 더피 회장은 컴퓨트를 21세기의 새로운 석유라고 표현하며, 훈련되는 모든 AI 모델과 처리되는 모든 데이터가 컴퓨트 위에서 돌아간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주일 뒤인 5월 19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의 모기업 ICE가 금융 인프라 기업 오른과 제휴해 GPU 가격 지수 기반 선물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수는 설문이나 호가가 아닌 실제 체결된 거래 가격으로 산출되며, 엔비디아의 H100, H200, B200 같은 주력 GPU를 폭넓게 다룹니다. ICE는 7월 1일에 또 다른 지수 파트너와 추가 상품까지 발표했고, 앞서 1월에는 아키텍트 파이낸셜 테크놀로지스가 GPU와 D램 가격 선물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어, 현재 서너 개의 거래 인프라가 벤치마크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학계에서도 컴퓨트를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정의하고 그 가격결정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초기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죠.
블랙록은 이미 실물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핑크 회장의 발언은 말에 그치지 않고 블랙록의 실제 투자 행보와 맞물려 있습니다.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약 400억 달러, 우리 돈 약 55조 원에 미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 얼라인드 데이터센터스 인수를 진행 중입니다. 미주 전역 50개 캠퍼스, 5기가와트 규모의 플랫폼을 확보하는 사상 최대 데이터센터 거래죠. 이 컨소시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중동 국부펀드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핑크 회장은 밀컨 무대에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의 데이터센터 파트너십도 예고하며,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금융을 넘어 실물 인프라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도 이미 선물시장이 성립할 조건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H100 GPU 렌탈료는 지난겨울 4주 만에 10% 급등했고, 최신 B200 렌탈 지수는 올해 3월 한 달 동안 무려 24%나 치솟았습니다. HBM 계약가격 인상분이 원가로 전가되고, 프론티어 AI 모델 출시가 몰리면서 남는 컴퓨트를 빨아들인 결과였죠. 가격이 이렇게 출렁이니 헤지 수요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남은 과제와 투자자가 봐야 할 것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가장 큰 난제는 표준화입니다. 석유에는 WTI나 브렌트유 같은 글로벌 벤치마크가 있지만, 컴퓨트는 GPU 세대가 계속 바뀌고 워크로드도 달라지기 때문에 무엇을 표준 단위로 삼을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지금 벌어지는 CME와 ICE의 경쟁은 사실상 이 벤치마크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싸움입니다. 규제 승인이라는 관문도 남아 있고요.
그럼에도 큰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AI 경제의 희소 자원이 소프트웨어에서 전력, 컴퓨트, 메모리,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고, 그 희소성이 지수화되고 선물화되며 금융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 기업들이 유가와 환율 리스크를 선물로 방어했듯, 이제는 AI를 구동할 컴퓨팅 파워의 가격 리스크를 방어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컴퓨트가 21세기의 석유라면, 그 유전과 송유관, 그리고 선물시장까지 누가 쥐게 될지, 앞으로의 전개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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