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핵융합 스타트업 마라톤 퓨전(Marathon Fusion), 수은을 금으로 바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기록 10배 돌파
연금술사의 꿈이 실험실에 도착했다, 금의 희소성은 이제 공학의 문제가 되는가
수은 한 방울이 금이 되기까지의 과학, 17년을 묵혀야 팔 수 있는 금의 경제학, 그리고 어떤 원자로로도 늘릴 수 없는 2,100만 개의 비트코인
오늘 밤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품어온 꿈 이야기로 문을 열겠습니다. 납이나 수은 같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일, 바로 연금술입니다. 만유인력의 아이작 뉴턴조차 말년에 몰래 매달렸던 그 꿈이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뉴스 1면에 올라왔습니다.
주인공은 2023년에 세워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핵융합 스타트업 마라톤 퓨전(Marathon Fusion)입니다. 이 회사는 10월 21일, 지난 9월 핵융합 중성자로 수은을 안정된 금으로 바꿨으며 그 속도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2025년 기록보다 10배 빠르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금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비용이 얼마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플라스마 원심분리기로 동위원소를 농축해 40년간 깨지지 않던 소련의 기록을 넘어섰다고도 했고, 지금은 크기 대비 출력이 가장 높은 핵융합 반응로를 샌프란시스코에 짓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먼저 10배라는 숫자의 크기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앨리스(ALICE) 실험이 4년 동안 만든 금은 약 29피코그램, 1조분의 1그램 단위였고, 그 속도라면 금 1온스를 채우는 데 우주 나이의 수백 배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게다가 그때 만들어진 금 원자핵은 거의 즉시 쪼개져 사라졌지만, 마라톤 퓨전은 남아 있는 안정된 금-197을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단서 하나, 회사가 내세운 것은 생산량이 아니라 생산 속도입니다. 10배 빨라도 아직 금괴는커녕 먼지 한 톨에도 못 미친다는 이야기죠.
이제 과학 시간입니다. 수은은 원자핵에 양성자가 80개, 금은 79개입니다. 화학 반응은 전자만 주고받기 때문에 아무리 섞고 끓여도 원소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원소를 바꾸려면 원자핵을 직접 건드려야 하고, 이것을 핵변환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핵융합이 등장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시키면 헬륨과 함께 약 14메가전자볼트의 아주 빠른 중성자가 튀어나옵니다. 수은-198을 금으로 바꾸려면 6메가전자볼트가 넘는 중성자가 필요한데, 핵융합 중성자가 이 문턱을 넉넉히 넘는 것이죠. 이 중성자가 수은-198에 부딪히면 중성자 하나가 들어가 둘이 나오면서 수은-197이 됩니다. 이때까지는 양성자가 여전히 80개라 아직 수은입니다. 그다음 원자핵이 전자 하나를 끌어당겨 양성자 하나를 중성자로 바꾸는 순간 양성자가 79개가 되면서 금으로 변신합니다. 이 과정의 반감기는 약 64시간이고, 금-197은 금의 유일한 안정 동위원소입니다. 중앙은행 금고 속 골드바와 원자 단위까지 똑같은 금이라는 뜻이죠.
회사가 그리는 큰 그림은 더 화려합니다. 마라톤 퓨전의 2025년 논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런 장치를 단 토카막 반응로는 열출력 1기가와트당 해마다 약 2톤의 금을 만들 수 있고, 회사 자체 모델로는 전기 1기가와트당 약 5톤까지 늘어납니다. 회사는 금의 가치가 발전소가 파는 전기 값과 맞먹어 발전소의 가치를 두 배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금 판매 수익이 건설비와 운영비를 상쇄하고, 많은 시나리오에서는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입니다.
여기서 경제 계산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10월 22일 금 현물은 온스당 4,081.89달러였고, 광산 업체들의 2분기 평균 총유지비용은 약 1,930달러였습니다. 금 2톤은 약 6만 4천 온스, 지금 시세로 약 2억 6천만 달러입니다. 큰돈처럼 들리지만 세계 시장에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금 공급은 5,002톤으로 역대 최대였고 광산 생산은 3,672톤으로 소폭 늘었는데, 지난 10년 광산 생산 증가율은 연평균 1%도 안 됩니다. 발전소 한 기의 금은 연간 광산 생산의 0.05% 남짓, 100기를 지어도 5% 수준입니다. 더 중요한 숫자가 있습니다. 인류가 이미 캐내 지상에 쌓아둔 금은 약 21만 8천 톤으로 추정됩니다. 해마다 새로 캐는 양의 60년치가 이미 쌓여 있다는 뜻이죠. 금값은 올해 새로 나오는 양보다 이미 쌓인 재고를 사람들이 얼마나 믿고 쥐고 있느냐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발전소 몇 기의 금은 당장 시세를 흔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원자로가 수십, 수백 기로 늘고 비용이 계속 떨어진다면, 새로 더해지는 양이 조금씩 커지면서 금의 희소성 비율 자체가 천천히 깎여 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장기적인 위협입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는 방사능입니다. 원료 속 다른 수은 동위원소 때문에 방사성 금이 함께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의 기준 설계 발전소에는 수은-198이 622톤 필요하고, 금을 최대 17.7년 동안 식혀야 합니다. 여기서 금융의 기본 원리, 화폐의 시간가치가 등장합니다. 17년 뒤에야 팔 수 있는 금을 연 4% 금리로 할인하면 오늘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연금술의 발목을 잡는 것이 물리학이 아니라 이자율이라는 점이 흥미롭죠. 둘째는 원료입니다. 수은-198은 천연 수은의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를 걸러내는 농축이 필수인데, 같은 주에 발표한 원심분리기 기록이 바로 이 퍼즐 조각입니다. 수은 자체가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셋째는 검증입니다. 이번 발표에는 실제 만든 금의 질량, 동위원소 순도, 회수율, 그램당 비용이 모두 빠져 있고, 아연에서 방사성 구리 동위원소를 만들었다는 결과 역시 회사가 자체 보고한 것일 뿐 외부에서 확인된 생산량은 없습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마라톤 퓨전의 2026년 2월 논문은 중성자 하나의 가치를 금이나 전기는 약 10의 마이너스 20제곱 달러, 표적 항암 치료용으로 개발 중인 악티늄-225는 약 10의 마이너스 10제곱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중성자로 의료용 동위원소를 만들면 금보다 100억 배 값어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금은 세상의 눈길을 끄는 간판이고, 진짜 금광은 병원일지도 모릅니다.
넷째는 시간표입니다. 금을 만들려면 기가와트급 핵융합 발전소가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데, 업계 선두 주자들도 아직 문턱 앞에 있습니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의 실험로 스파크(SPARC)는 2027년 첫 플라스마와 에너지 손익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는 202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전기를 공급하려는 50메가와트급 발전소 오리온(Orion)을 개발 중입니다. 이 일정이 모두 순조로워도 금을 부산물로 쏟아내는 발전소는 그보다 한참 뒤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지금 금 시장은 어떤 상태일까요. 금 선물은 1월 29일 온스당 5,31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20% 넘게 내려왔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며 금에 부담을 줬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23개월 연속 금을 사들였고 9월에만 약 74만 온스를 늘렸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고에 더한 금은 863톤에 달했습니다. 단기 가격은 금리가 흔들고, 장기 바닥은 중앙은행이 받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다이아몬드라는 선배의 경험을 꼭 짚어야 합니다. 합성 다이아몬드 도매가격은 고점 대비 약 96% 떨어졌습니다. 2025년 미국 약혼반지 중앙석의 61%가 합성 다이아몬드였습니다. 드비어스(De Beers)의 지분 85%를 가진 모회사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은 3년간 68억 달러를 상각했고, 지금은 드비어스를 팔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라톤 퓨전의 투자자 명단에는 빌 게이츠가 세운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와 함께 바로 그 앵글로 아메리칸이 올라 있습니다. 실험실 보석에 한 번 크게 데어본 회사가 실험실 금에 미리 올라탄 셈입니다. 다만 두 시장은 다릅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기체를 넣고 결정을 키우는 화학 공정이라 비용이 빠르게 떨어졌지만, 금의 핵변환은 화학이 아니라 고에너지 중성자 흐름과 동위원소 분리, 그리고 아직 발전소로 돌아가 본 적 없는 기계를 필요로 합니다. 게다가 금은 중앙은행이 준비자산으로 쌓아두는 화폐성 자산이고, 다이아몬드는 한 번도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금이 다이아몬드처럼 무너진다고 단정하는 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묵직합니다. 금은 결국 반짝이는 돌입니다. 가치가 있는 이유는 양이 제한되어 있고, 땅에서 캐내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죠. 그 어려움이 지질학의 문제에서 공학의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 희소성은 자연이 정한 상수가 아니라 기술 속도에 달린 변수가 됩니다. 기술은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금 옹호론자 피터 시프입니다. 그는 올해 1월에도 금이 7,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파는 것은 사기이고 근본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7월에는 비트코인이 2만 달러로 떨어져도 절대 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금의 희소성이 원자로 설계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면, 희소성이 코드에 새겨진 자산은 정반대 자리에 섭니다. 비트코인은 올해 3월 9일 2,000만 번째 코인이 채굴되면서 전체 상한의 95%를 넘어섰고, 마지막 조각은 2140년 무렵 채굴될 예정입니다. 상한은 2,100만 개, 지구상 어떤 원자로도 하나를 더 만들 수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네트워크 참여자 다수가 합의하면 규칙을 바꾸는 시도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합의를 얻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이 자산의 핵심입니다.
다만 공평하게 말해야 합니다. 희소성이 가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0월 22일 비트코인은 8만 1,739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만 5,882달러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에서 6억 3,500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8만 2천 달러 아래로 밀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만 보면 금이 비트코인을 앞섰지만, 더 긴 기간의 누적 수익률은 비트코인이 훨씬 높습니다. 희소성은 가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 함께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마라톤 퓨전의 이번 발표는 금값을 당장 흔들 사건이 아니라 희소성의 정의를 다시 묻는 사건입니다. 연금술이 과학이 되는 순간은 이미 왔을지 모르지만, 그 과학이 돈이 되는 순간까지는 방사능, 원료 농축, 외부 검증, 상업용 핵융합이라는 네 개의 산이 남아 있습니다. 땅이 정한 희소성과 수학이 정한 희소성, 여러분의 자산은 어느 쪽에 더 기대고 계신가요.
※ 본 콘텐츠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해설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권유나 수익 보장이 아니고,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연금술사의 꿈이 실험실에 도착했다, 금의 희소성은 이제 공학의 문제가 되는가
수은 한 방울이 금이 되기까지의 과학, 17년을 묵혀야 팔 수 있는 금의 경제학, 그리고 어떤 원자로로도 늘릴 수 없는 2,100만 개의 비트코인
오늘 밤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품어온 꿈 이야기로 문을 열겠습니다. 납이나 수은 같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일, 바로 연금술입니다. 만유인력의 아이작 뉴턴조차 말년에 몰래 매달렸던 그 꿈이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뉴스 1면에 올라왔습니다.
주인공은 2023년에 세워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핵융합 스타트업 마라톤 퓨전(Marathon Fusion)입니다. 이 회사는 10월 21일, 지난 9월 핵융합 중성자로 수은을 안정된 금으로 바꿨으며 그 속도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2025년 기록보다 10배 빠르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금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비용이 얼마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플라스마 원심분리기로 동위원소를 농축해 40년간 깨지지 않던 소련의 기록을 넘어섰다고도 했고, 지금은 크기 대비 출력이 가장 높은 핵융합 반응로를 샌프란시스코에 짓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먼저 10배라는 숫자의 크기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앨리스(ALICE) 실험이 4년 동안 만든 금은 약 29피코그램, 1조분의 1그램 단위였고, 그 속도라면 금 1온스를 채우는 데 우주 나이의 수백 배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게다가 그때 만들어진 금 원자핵은 거의 즉시 쪼개져 사라졌지만, 마라톤 퓨전은 남아 있는 안정된 금-197을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단서 하나, 회사가 내세운 것은 생산량이 아니라 생산 속도입니다. 10배 빨라도 아직 금괴는커녕 먼지 한 톨에도 못 미친다는 이야기죠.
이제 과학 시간입니다. 수은은 원자핵에 양성자가 80개, 금은 79개입니다. 화학 반응은 전자만 주고받기 때문에 아무리 섞고 끓여도 원소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원소를 바꾸려면 원자핵을 직접 건드려야 하고, 이것을 핵변환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핵융합이 등장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시키면 헬륨과 함께 약 14메가전자볼트의 아주 빠른 중성자가 튀어나옵니다. 수은-198을 금으로 바꾸려면 6메가전자볼트가 넘는 중성자가 필요한데, 핵융합 중성자가 이 문턱을 넉넉히 넘는 것이죠. 이 중성자가 수은-198에 부딪히면 중성자 하나가 들어가 둘이 나오면서 수은-197이 됩니다. 이때까지는 양성자가 여전히 80개라 아직 수은입니다. 그다음 원자핵이 전자 하나를 끌어당겨 양성자 하나를 중성자로 바꾸는 순간 양성자가 79개가 되면서 금으로 변신합니다. 이 과정의 반감기는 약 64시간이고, 금-197은 금의 유일한 안정 동위원소입니다. 중앙은행 금고 속 골드바와 원자 단위까지 똑같은 금이라는 뜻이죠.
회사가 그리는 큰 그림은 더 화려합니다. 마라톤 퓨전의 2025년 논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런 장치를 단 토카막 반응로는 열출력 1기가와트당 해마다 약 2톤의 금을 만들 수 있고, 회사 자체 모델로는 전기 1기가와트당 약 5톤까지 늘어납니다. 회사는 금의 가치가 발전소가 파는 전기 값과 맞먹어 발전소의 가치를 두 배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금 판매 수익이 건설비와 운영비를 상쇄하고, 많은 시나리오에서는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입니다.
여기서 경제 계산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10월 22일 금 현물은 온스당 4,081.89달러였고, 광산 업체들의 2분기 평균 총유지비용은 약 1,930달러였습니다. 금 2톤은 약 6만 4천 온스, 지금 시세로 약 2억 6천만 달러입니다. 큰돈처럼 들리지만 세계 시장에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금 공급은 5,002톤으로 역대 최대였고 광산 생산은 3,672톤으로 소폭 늘었는데, 지난 10년 광산 생산 증가율은 연평균 1%도 안 됩니다. 발전소 한 기의 금은 연간 광산 생산의 0.05% 남짓, 100기를 지어도 5% 수준입니다. 더 중요한 숫자가 있습니다. 인류가 이미 캐내 지상에 쌓아둔 금은 약 21만 8천 톤으로 추정됩니다. 해마다 새로 캐는 양의 60년치가 이미 쌓여 있다는 뜻이죠. 금값은 올해 새로 나오는 양보다 이미 쌓인 재고를 사람들이 얼마나 믿고 쥐고 있느냐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발전소 몇 기의 금은 당장 시세를 흔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원자로가 수십, 수백 기로 늘고 비용이 계속 떨어진다면, 새로 더해지는 양이 조금씩 커지면서 금의 희소성 비율 자체가 천천히 깎여 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장기적인 위협입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는 방사능입니다. 원료 속 다른 수은 동위원소 때문에 방사성 금이 함께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의 기준 설계 발전소에는 수은-198이 622톤 필요하고, 금을 최대 17.7년 동안 식혀야 합니다. 여기서 금융의 기본 원리, 화폐의 시간가치가 등장합니다. 17년 뒤에야 팔 수 있는 금을 연 4% 금리로 할인하면 오늘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연금술의 발목을 잡는 것이 물리학이 아니라 이자율이라는 점이 흥미롭죠. 둘째는 원료입니다. 수은-198은 천연 수은의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를 걸러내는 농축이 필수인데, 같은 주에 발표한 원심분리기 기록이 바로 이 퍼즐 조각입니다. 수은 자체가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셋째는 검증입니다. 이번 발표에는 실제 만든 금의 질량, 동위원소 순도, 회수율, 그램당 비용이 모두 빠져 있고, 아연에서 방사성 구리 동위원소를 만들었다는 결과 역시 회사가 자체 보고한 것일 뿐 외부에서 확인된 생산량은 없습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마라톤 퓨전의 2026년 2월 논문은 중성자 하나의 가치를 금이나 전기는 약 10의 마이너스 20제곱 달러, 표적 항암 치료용으로 개발 중인 악티늄-225는 약 10의 마이너스 10제곱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중성자로 의료용 동위원소를 만들면 금보다 100억 배 값어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금은 세상의 눈길을 끄는 간판이고, 진짜 금광은 병원일지도 모릅니다.
넷째는 시간표입니다. 금을 만들려면 기가와트급 핵융합 발전소가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데, 업계 선두 주자들도 아직 문턱 앞에 있습니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의 실험로 스파크(SPARC)는 2027년 첫 플라스마와 에너지 손익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는 202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전기를 공급하려는 50메가와트급 발전소 오리온(Orion)을 개발 중입니다. 이 일정이 모두 순조로워도 금을 부산물로 쏟아내는 발전소는 그보다 한참 뒤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지금 금 시장은 어떤 상태일까요. 금 선물은 1월 29일 온스당 5,31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20% 넘게 내려왔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며 금에 부담을 줬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23개월 연속 금을 사들였고 9월에만 약 74만 온스를 늘렸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고에 더한 금은 863톤에 달했습니다. 단기 가격은 금리가 흔들고, 장기 바닥은 중앙은행이 받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다이아몬드라는 선배의 경험을 꼭 짚어야 합니다. 합성 다이아몬드 도매가격은 고점 대비 약 96% 떨어졌습니다. 2025년 미국 약혼반지 중앙석의 61%가 합성 다이아몬드였습니다. 드비어스(De Beers)의 지분 85%를 가진 모회사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은 3년간 68억 달러를 상각했고, 지금은 드비어스를 팔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라톤 퓨전의 투자자 명단에는 빌 게이츠가 세운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와 함께 바로 그 앵글로 아메리칸이 올라 있습니다. 실험실 보석에 한 번 크게 데어본 회사가 실험실 금에 미리 올라탄 셈입니다. 다만 두 시장은 다릅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기체를 넣고 결정을 키우는 화학 공정이라 비용이 빠르게 떨어졌지만, 금의 핵변환은 화학이 아니라 고에너지 중성자 흐름과 동위원소 분리, 그리고 아직 발전소로 돌아가 본 적 없는 기계를 필요로 합니다. 게다가 금은 중앙은행이 준비자산으로 쌓아두는 화폐성 자산이고, 다이아몬드는 한 번도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금이 다이아몬드처럼 무너진다고 단정하는 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묵직합니다. 금은 결국 반짝이는 돌입니다. 가치가 있는 이유는 양이 제한되어 있고, 땅에서 캐내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죠. 그 어려움이 지질학의 문제에서 공학의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 희소성은 자연이 정한 상수가 아니라 기술 속도에 달린 변수가 됩니다. 기술은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금 옹호론자 피터 시프입니다. 그는 올해 1월에도 금이 7,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파는 것은 사기이고 근본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7월에는 비트코인이 2만 달러로 떨어져도 절대 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금의 희소성이 원자로 설계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면, 희소성이 코드에 새겨진 자산은 정반대 자리에 섭니다. 비트코인은 올해 3월 9일 2,000만 번째 코인이 채굴되면서 전체 상한의 95%를 넘어섰고, 마지막 조각은 2140년 무렵 채굴될 예정입니다. 상한은 2,100만 개, 지구상 어떤 원자로도 하나를 더 만들 수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네트워크 참여자 다수가 합의하면 규칙을 바꾸는 시도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합의를 얻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이 자산의 핵심입니다.
다만 공평하게 말해야 합니다. 희소성이 가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0월 22일 비트코인은 8만 1,739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만 5,882달러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에서 6억 3,500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8만 2천 달러 아래로 밀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만 보면 금이 비트코인을 앞섰지만, 더 긴 기간의 누적 수익률은 비트코인이 훨씬 높습니다. 희소성은 가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 함께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마라톤 퓨전의 이번 발표는 금값을 당장 흔들 사건이 아니라 희소성의 정의를 다시 묻는 사건입니다. 연금술이 과학이 되는 순간은 이미 왔을지 모르지만, 그 과학이 돈이 되는 순간까지는 방사능, 원료 농축, 외부 검증, 상업용 핵융합이라는 네 개의 산이 남아 있습니다. 땅이 정한 희소성과 수학이 정한 희소성, 여러분의 자산은 어느 쪽에 더 기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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