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 “HBM은 가장 순환적이고 상품화된 반도체 영역… 메모리 주식은 쳐다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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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우드 “HBM은 가장 순환적이고 상품화된 반도체 영역… 메모리 주식은 쳐다보지 않는다”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 창업자 캐시 우드(일명 ‘돈나무 누나’)가 최근 인터뷰에서 마이크론(MU)과 SK하이닉스(SKHY) 등 메모리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가장 순환적이고 상품화된 부분으로 규정하며, 현재의 가격 급등을 구조적 성장이 아닌 일시적 펌핑으로 해석했다. 우드의 발언은 AI 인프라 슈퍼사이클 속에서 메모리 업체들의 기록적 실적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드는 “누군가 최근 ‘왜 메모리 주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며 “경험상 메모리는 반도체 식품 사슬에서 가장 순환적이고 상품화된 영역”이라고 답했다. 그는 세레브라스(CBRS)와 엔비디아(NVDA)가 벤처 펀드를 통해 지분을 보유했던 그록(Groq) 사례를 직접 거론했다. “이 두 회사의 추론(inference) 아키텍처는 고대역폭메모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드는 “기술이 3배, 4배, 심지어 10배까지 오르면 이는 기술의 정상 상태가 아니다. 대부분 큰 호재로 보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부품 가격이 극단적으로 치솟으면 엔지니어들이 병목을 우회하는 새 설계를 짜기 마련이라는 논리다. 그는 테슬라가 코발트 공급 제약과 가격 급등 때 배터리에서 코발트를 상당 부분 제거한 사례를 비유로 들며, 추론 영역에서 이미 HBM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칩 메이커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유현금흐름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현상도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드의 이 같은 시각은 현재 HBM 시장의 극심한 공급 부족과 대조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기준 2026년 1분기 HBM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56~58%,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21% 안팎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약 415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84.9%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경영진은 14~16건의 전략적 고객 계약을 통해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최소 계약 매출을 확보했고, 2026년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됐으며 공급 타이트함이 2027년 이후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에 매출 79조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5426억 원(영업이익률 76%)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HBM4 양산 출하를 본격화했고, 약 10개 주요 고객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용 HBM4 물량에서도 SK하이닉스가 60~70%를 담당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단기 해소는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용인 Y2와 청주 M17 등 국내 신규 팹에 약 54조 원,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에 약 4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본격 양산은 2028년 하반기 이후에나 이뤄진다. 마이크론 역시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싱가포르 HBM 패키징 시설을 추진 중이지만, 의미 있는 신규 용량이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2026년 전 세계 메모리 칩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HBM 수요가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2026년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5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드가 지목한 ‘탈 HBM’ 움직임도 실제로 가시화되고 있다. 세레브라스는 2026년 8월 18일 CS-4 시스템을 공개했다. 접시 크기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3 Turbo) 3개를 탑재한 랙 단위 솔루션으로, 온칩 SRAM 용량을 대폭 늘려 HBM 없이 초고속 추론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 측은 GPU 대비 최대 30배 빠른 사용자당 초당 토큰 처리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을 주장하며, AMD·오픈AI 등과 프리필(prefill)과 디코드(decode)를 분리하는 이종 추론 아키텍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록 역시 저지연 추론에 특화된 LPU 아키텍처로 HBM 의존도를 낮춘 사례로 언급된다. 이들 기술은 트레이닝보다는 추론 워크로드에서 강점을 보이며, 모델 크기와 컨텍스트 윈도우가 계속 커지는 환경에서도 메모리 병목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시장에서는 우드의 경고를 ‘경험에서 나온 신중론’으로 보는 시각과 ‘현재 슈퍼사이클의 구조적 성격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장기 계약과 선수금으로 수요를 선확보하며 과거 사이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가격이 극단적으로 높아질수록 시스템 설계자들이 온칩 메모리, CXL, 고대역폭 플래시(HBF) 등 대체 계층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할 유인이 커진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를 통해 HBF 규격을 공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된다.

결국 우드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HBM 쇼티지를 ‘영원히 꿀 빨 기회’로만 보지 말고, 기술 대체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한 트레이닝용 HBM 수요는 상당 기간 견조할 가능성이 높지만, 추론 비중이 커지고 아키텍처가 진화할수록 ‘고가 HBM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점차 도전받을 수 있다. 메모리 주식에 대한 캐시 우드의 외면이 단기 조정 신호인지, 아니면 더 긴 주기의 기술 전환을 예고하는 것인지는 앞으로 1~2년의 공급 증가 속도와 추론 칩 채택 속도가 가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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