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자금이 또 이겼습니다, 메릴랜드를 뒤흔든 550만 달러의 정치학
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2026년 중간선거를 향한 또 하나의 결정적 승리를 손에 넣었습니다. 6월 23일 화요일, 메릴랜드주 연방하원 5번 선거구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주 하원의원 애드리안 보아포가 승리하면서, 친(親)암호화폐 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AP통신이 밤 9시 28분에 당선을 확정했고, 디시전 데스크 본부 역시 같은 결과를 내놓았죠. 무려 23명에서 24명에 달하는 후보가 뛰어든 난전을 뚫고 나온 결과라 더욱 묵직합니다. 그리고 이 승리의 한복판에는 암호화폐 슈퍼 PAC(정치활동위원회)의 막대한 돈이 있었습니다.
5위 후보를 의회로 밀어 올린 돈의 위력
이 선거구가 비어 있던 이유부터 짚겠습니다. 45년 가까이 이 지역을 대표해 온 거물 정치인, 전 하원 다수당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의원이 올해 1월 8일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198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86세의 노정객이 물러나면서, 메릴랜드 민주당 정치권에서 가장 탄탄한 인맥을 가진 자리 하나가 통째로 열린 셈이죠. 그러자 무려 20명이 넘는 민주당 후보가 한꺼번에 몰려들었습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보아포를 떠받친 핵심 동력이 바로 페어셰이크(Fairshake) 계열의 친암호화폐 슈퍼 PAC인 프로텍트 프로그레스(Protect Progress)였습니다.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는 보아포 한 명을 위해 무려 5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억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페어셰이크가 보통 하원 후보를 지원할 때 수십만 달러 규모의 광고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엔 사실상 '상원급' 자금을 단 한 명의 하원 후보에게 집중 투입한 것입니다.
페어셰이크 대변인 제프 베터의 말이 이 전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는 "우리는 크게, 그리고 일찍 움직였다"며 "보아포를 5위에서 의회의 복도까지 끌어올리는 데 우리가 제 역할을 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친암호화폐적인 의회에서 지도자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5위'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자금 투입 전 한참 뒤처져 있던 후보를 돈의 힘으로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을, 업계 스스로 자랑스럽게 인정한 셈이죠.
암호화폐만이 아니었습니다, 1,000만 달러를 넘긴 외부 자금
흥미로운 건 보아포에게 흘러든 외부 자금이 암호화폐 진영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메릴랜드 매터스(Maryland Matters)의 보도에 따르면 6월 3일 기준으로 외부 단체들이 보아포를 위해 쓴 돈은 약 880만 달러였는데, 여기엔 프로텍트 프로그레스의 자금과 함께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연계된 슈퍼 PAC인 유나이티드 데모크라시 프로젝트(United Democracy Project)의 돈이 섞여 있었습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이 액수는 계속 불어나 결국 1,000만 달러에서 1,1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친암호화폐 진영과 친이스라엘 진영이 한 후보에게 동시에 화력을 집중한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보아포가 누른 경쟁자들의 면면도 이 돈의 위력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는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라며 직접 지지했던 전 국회의사당 경찰관 해리 던, 전 프린스조지스 카운티 행정관 러션 베이커 3세, 사업가 퀸시 바리비 등을 모두 제쳤습니다. 펠로시가 던을 밀고, 호이어가 보아포를 미는 구도였는데, 결국 막대한 외부 자금을 등에 업은 보아포가 판정승을 거둔 것입니다.
물론 보아포가 단순히 '돈으로 산 후보'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2018년 호이어 의원의 선거 캠프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해 25세에 보위 시의원, 이후 부시장을 거쳐 메릴랜드주 하원의원에 오른 인물입니다. 메릴랜드 정치권 주류의 지지를 두루 받았는데, 호이어 의원은 물론이고 웨스 무어 주지사, 앤절라 올스브룩스 상원의원, 그리고 주 최대 교원노조까지 그를 지지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IT 기업 오라클의 연방 로비스트로 일한 이력이 있고, 주 차원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연구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며 친암호화폐 입법 기록을 쌓아왔습니다. 권익단체 '스탠드 위드 크립토'의 정치 설문에서 'A' 등급을 받은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죠.
"의석을 돈으로 사려는 것" 거센 반발도
이 막대한 외부 자금이 곱게만 받아들여진 건 아닙니다. 이번 선거구에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던 메릴랜드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보아포에게 흘러든 자금을 두고 "외설적인 규모의 거대 특수이익 자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친이스라엘 로비와 암호화폐 업계가 "이 의석을 사들이려 한다"고 직격하며, "이 단체들이 자선사업으로 이 선거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죠. 실제로 보아포의 경쟁자 몇 명은 무어 주지사와 올스브룩스 의원, 호이어 의원을 향해 보아포에게 '다크 머니'를 거부하라고 요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돈'이라는 쟁점은 후보 개인의 자질만큼이나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다만 이 선거구의 정치 지형을 보면 사실상 본선보다 예비선거가 더 중요한 싸움이었습니다. 5번 선거구는 민주당 지지층이 공화당보다 2대 1 이상 많은, 압도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입니다.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65%,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67%를 득표한 곳이죠. 따라서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크리스 채피와 맞붙더라도, 보아포의 본선 승리는 사실상 굳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메릴랜드만이 아닙니다, 전국으로 번지는 '암호화폐 표심' 공세
보아포의 승리는 결코 외딴 사건이 아닙니다. 같은 화요일, 페어셰이크 계열 PAC들은 여러 선거에 동시다발적으로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뉴욕에서는 업계의 가장 든든한 우군인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에게 130만 달러를, 메릴랜드의 또 다른 현역인 에이프릴 매클레인 들레이니 의원에게는 51만 6천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유타에서는 공화당 현역 블레이크 무어 의원에게도 광고 자금이 들어갔죠. 이들은 모두 승리했거나 우세를 보였습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앞선 승리들도 줄줄이 보입니다. 텍사스에서는 크리스천 메네피가 프로텍트 프로그레스의 지원을 받아 민주당 결선 투표에서 앨 그린 현역 의원을 끌어내렸습니다. 앨라배마 상원 예비선거에서는 페어셰이크 계열인 디펜드 아메리칸 잡스가 무려 1,200만 달러를 투입한 끝에 배리 무어 후보가 공화당 결선에서 승리했죠. 이 정도면 암호화폐 자금이 미국 정치판의 '캐스팅 보트'를 넘어 '킹메이커'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다만 돈이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짚어야 공정하겠습니다. 같은 날 뉴욕에서는 GENIUS 법안과 CLARITY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친암호화폐 성향의 댄 골드먼 의원이 브래드 랜더에게 패배했습니다. 자금의 위력이 막강하긴 해도, 지역 정서와 후보 개인의 변수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자금의 '실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페어셰이크와 계열 PAC들의 위세를 보여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FEC 최신 신고 기준으로, 페어셰이크는 지난달 말 시점에 약 1억 2,600만 달러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기부자로는 리플(Ripple), 코인베이스(Coinbase),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 제미니(Gemini), 크립토닷컴(Crypto.com), 크라켄(Kraken) 등 업계 대표 주자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죠. 다시 말해, 이 화력은 11월 중간선거 본선까지 충분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이 돈이 움직일까요, 결국은 'CLARITY 법안'입니다
업계가 이렇게까지 정치 자금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워싱턴에서 디지털 자산 규제의 운명을 가를 핵심 법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율의 틀을 잡은 GENIUS 법안은 이미 지난해 상원에서 68대 30으로 통과돼 법제화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업계의 최우선 과제는 암호화폐 시장 구조 전반을 규정하는 CLARITY 법안(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법)입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고, 올해 5월 14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넘어섰습니다. 공화당 13명 전원에 민주당 루벤 가예고(애리조나), 앤절라 올스브룩스(메릴랜드) 의원이 가세한 결과죠. 6월 1일에는 상원 본회의 입법 일정표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멉니다. 상원 농업위원회 버전과 병합해야 하고, 본회의에서 60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며, 그 뒤에는 다시 하원 버전과 조율해야 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과 얽힌 '이해충돌 방지' 윤리 조항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여름 휴회와 중간선거 일정이라는 빠듯한 시계 속에서 법안의 운명이 안갯속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아포의 승리가 갖는 의미가 또렷해집니다. 업계로서는 친암호화폐 표 한 석 한 석이 곧 CLARITY 법안의 통과 가능성으로 직결됩니다. 베터 대변인이 말한 "역사상 가장 친암호화폐적인 의회"라는 표현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입법 셈법이 깔린 전략적 발언인 셈이죠. 메릴랜드에서의 한 표가 결국 워싱턴의 규제 지형을 바꾸는 디딤돌이 되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며
종합하면, 이번 메릴랜드 5번 선거구 결과는 세 가지 메시지를 던집니다. 첫째,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 자금은 이제 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만큼 강력해졌습니다. 둘째, 그 자금은 친이스라엘 진영 같은 다른 이해집단과 결합하며 영향력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 모든 흐름은 결국 CLARITY 법안이라는 규제 입법으로 수렴됩니다. 돈과 표심, 그리고 법안이 하나의 사슬로 단단히 엮여 돌아가고 있는 것이죠. 11월 본선과 그 이후 의회에서 디지털 자산 규제가 어떤 모습으로 결판날지, 그 향방을 가늠하려면 이런 선거 자금의 흐름을 계속 주시하셔야 하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나 추천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 결정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2026년 중간선거를 향한 또 하나의 결정적 승리를 손에 넣었습니다. 6월 23일 화요일, 메릴랜드주 연방하원 5번 선거구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주 하원의원 애드리안 보아포가 승리하면서, 친(親)암호화폐 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AP통신이 밤 9시 28분에 당선을 확정했고, 디시전 데스크 본부 역시 같은 결과를 내놓았죠. 무려 23명에서 24명에 달하는 후보가 뛰어든 난전을 뚫고 나온 결과라 더욱 묵직합니다. 그리고 이 승리의 한복판에는 암호화폐 슈퍼 PAC(정치활동위원회)의 막대한 돈이 있었습니다.
5위 후보를 의회로 밀어 올린 돈의 위력
이 선거구가 비어 있던 이유부터 짚겠습니다. 45년 가까이 이 지역을 대표해 온 거물 정치인, 전 하원 다수당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의원이 올해 1월 8일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198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86세의 노정객이 물러나면서, 메릴랜드 민주당 정치권에서 가장 탄탄한 인맥을 가진 자리 하나가 통째로 열린 셈이죠. 그러자 무려 20명이 넘는 민주당 후보가 한꺼번에 몰려들었습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보아포를 떠받친 핵심 동력이 바로 페어셰이크(Fairshake) 계열의 친암호화폐 슈퍼 PAC인 프로텍트 프로그레스(Protect Progress)였습니다.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는 보아포 한 명을 위해 무려 5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억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페어셰이크가 보통 하원 후보를 지원할 때 수십만 달러 규모의 광고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엔 사실상 '상원급' 자금을 단 한 명의 하원 후보에게 집중 투입한 것입니다.
페어셰이크 대변인 제프 베터의 말이 이 전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는 "우리는 크게, 그리고 일찍 움직였다"며 "보아포를 5위에서 의회의 복도까지 끌어올리는 데 우리가 제 역할을 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친암호화폐적인 의회에서 지도자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5위'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자금 투입 전 한참 뒤처져 있던 후보를 돈의 힘으로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을, 업계 스스로 자랑스럽게 인정한 셈이죠.
암호화폐만이 아니었습니다, 1,000만 달러를 넘긴 외부 자금
흥미로운 건 보아포에게 흘러든 외부 자금이 암호화폐 진영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메릴랜드 매터스(Maryland Matters)의 보도에 따르면 6월 3일 기준으로 외부 단체들이 보아포를 위해 쓴 돈은 약 880만 달러였는데, 여기엔 프로텍트 프로그레스의 자금과 함께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연계된 슈퍼 PAC인 유나이티드 데모크라시 프로젝트(United Democracy Project)의 돈이 섞여 있었습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이 액수는 계속 불어나 결국 1,000만 달러에서 1,1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친암호화폐 진영과 친이스라엘 진영이 한 후보에게 동시에 화력을 집중한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보아포가 누른 경쟁자들의 면면도 이 돈의 위력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는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라며 직접 지지했던 전 국회의사당 경찰관 해리 던, 전 프린스조지스 카운티 행정관 러션 베이커 3세, 사업가 퀸시 바리비 등을 모두 제쳤습니다. 펠로시가 던을 밀고, 호이어가 보아포를 미는 구도였는데, 결국 막대한 외부 자금을 등에 업은 보아포가 판정승을 거둔 것입니다.
물론 보아포가 단순히 '돈으로 산 후보'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2018년 호이어 의원의 선거 캠프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해 25세에 보위 시의원, 이후 부시장을 거쳐 메릴랜드주 하원의원에 오른 인물입니다. 메릴랜드 정치권 주류의 지지를 두루 받았는데, 호이어 의원은 물론이고 웨스 무어 주지사, 앤절라 올스브룩스 상원의원, 그리고 주 최대 교원노조까지 그를 지지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IT 기업 오라클의 연방 로비스트로 일한 이력이 있고, 주 차원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연구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며 친암호화폐 입법 기록을 쌓아왔습니다. 권익단체 '스탠드 위드 크립토'의 정치 설문에서 'A' 등급을 받은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죠.
"의석을 돈으로 사려는 것" 거센 반발도
이 막대한 외부 자금이 곱게만 받아들여진 건 아닙니다. 이번 선거구에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던 메릴랜드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보아포에게 흘러든 자금을 두고 "외설적인 규모의 거대 특수이익 자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친이스라엘 로비와 암호화폐 업계가 "이 의석을 사들이려 한다"고 직격하며, "이 단체들이 자선사업으로 이 선거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죠. 실제로 보아포의 경쟁자 몇 명은 무어 주지사와 올스브룩스 의원, 호이어 의원을 향해 보아포에게 '다크 머니'를 거부하라고 요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돈'이라는 쟁점은 후보 개인의 자질만큼이나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다만 이 선거구의 정치 지형을 보면 사실상 본선보다 예비선거가 더 중요한 싸움이었습니다. 5번 선거구는 민주당 지지층이 공화당보다 2대 1 이상 많은, 압도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입니다.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65%,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67%를 득표한 곳이죠. 따라서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크리스 채피와 맞붙더라도, 보아포의 본선 승리는 사실상 굳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메릴랜드만이 아닙니다, 전국으로 번지는 '암호화폐 표심' 공세
보아포의 승리는 결코 외딴 사건이 아닙니다. 같은 화요일, 페어셰이크 계열 PAC들은 여러 선거에 동시다발적으로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뉴욕에서는 업계의 가장 든든한 우군인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에게 130만 달러를, 메릴랜드의 또 다른 현역인 에이프릴 매클레인 들레이니 의원에게는 51만 6천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유타에서는 공화당 현역 블레이크 무어 의원에게도 광고 자금이 들어갔죠. 이들은 모두 승리했거나 우세를 보였습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앞선 승리들도 줄줄이 보입니다. 텍사스에서는 크리스천 메네피가 프로텍트 프로그레스의 지원을 받아 민주당 결선 투표에서 앨 그린 현역 의원을 끌어내렸습니다. 앨라배마 상원 예비선거에서는 페어셰이크 계열인 디펜드 아메리칸 잡스가 무려 1,200만 달러를 투입한 끝에 배리 무어 후보가 공화당 결선에서 승리했죠. 이 정도면 암호화폐 자금이 미국 정치판의 '캐스팅 보트'를 넘어 '킹메이커'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다만 돈이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짚어야 공정하겠습니다. 같은 날 뉴욕에서는 GENIUS 법안과 CLARITY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친암호화폐 성향의 댄 골드먼 의원이 브래드 랜더에게 패배했습니다. 자금의 위력이 막강하긴 해도, 지역 정서와 후보 개인의 변수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자금의 '실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페어셰이크와 계열 PAC들의 위세를 보여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FEC 최신 신고 기준으로, 페어셰이크는 지난달 말 시점에 약 1억 2,600만 달러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기부자로는 리플(Ripple), 코인베이스(Coinbase),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 제미니(Gemini), 크립토닷컴(Crypto.com), 크라켄(Kraken) 등 업계 대표 주자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죠. 다시 말해, 이 화력은 11월 중간선거 본선까지 충분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이 돈이 움직일까요, 결국은 'CLARITY 법안'입니다
업계가 이렇게까지 정치 자금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워싱턴에서 디지털 자산 규제의 운명을 가를 핵심 법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율의 틀을 잡은 GENIUS 법안은 이미 지난해 상원에서 68대 30으로 통과돼 법제화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업계의 최우선 과제는 암호화폐 시장 구조 전반을 규정하는 CLARITY 법안(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법)입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고, 올해 5월 14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넘어섰습니다. 공화당 13명 전원에 민주당 루벤 가예고(애리조나), 앤절라 올스브룩스(메릴랜드) 의원이 가세한 결과죠. 6월 1일에는 상원 본회의 입법 일정표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멉니다. 상원 농업위원회 버전과 병합해야 하고, 본회의에서 60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며, 그 뒤에는 다시 하원 버전과 조율해야 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과 얽힌 '이해충돌 방지' 윤리 조항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여름 휴회와 중간선거 일정이라는 빠듯한 시계 속에서 법안의 운명이 안갯속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아포의 승리가 갖는 의미가 또렷해집니다. 업계로서는 친암호화폐 표 한 석 한 석이 곧 CLARITY 법안의 통과 가능성으로 직결됩니다. 베터 대변인이 말한 "역사상 가장 친암호화폐적인 의회"라는 표현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입법 셈법이 깔린 전략적 발언인 셈이죠. 메릴랜드에서의 한 표가 결국 워싱턴의 규제 지형을 바꾸는 디딤돌이 되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며
종합하면, 이번 메릴랜드 5번 선거구 결과는 세 가지 메시지를 던집니다. 첫째,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 자금은 이제 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만큼 강력해졌습니다. 둘째, 그 자금은 친이스라엘 진영 같은 다른 이해집단과 결합하며 영향력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 모든 흐름은 결국 CLARITY 법안이라는 규제 입법으로 수렴됩니다. 돈과 표심, 그리고 법안이 하나의 사슬로 단단히 엮여 돌아가고 있는 것이죠. 11월 본선과 그 이후 의회에서 디지털 자산 규제가 어떤 모습으로 결판날지, 그 향방을 가늠하려면 이런 선거 자금의 흐름을 계속 주시하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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