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400원으로 내려온 지금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착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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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1,400원으로 내려온 지금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착시임

7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음.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었고, 금통위원 전원 찬성이었음.

효과는 빨랐음. 6월 한때 1,560원대까지 갔던 원달러 환율은 8월 중순 1,410~1,420원대까지 내려왔음.

숫자만 보면 위기가 지나간 것처럼 보임. 그런데 몇 주 만에 150원이 오르내렸다는 건, 안정된 게 아니라 흔들림의 폭이 커졌다는 뜻임.

가격은 되돌아왔는데 가격을 밀어올린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음. 그 구조를 하나씩 보면 왜 1,400원이 바닥이 아니라 새 기준선에 가까운지 보임.

먼저 우리 돈으로는 국제 거래를 결제할 수 없다는 사실부터임. 원유도 반도체 장비도 클라우드 사용료도 전부 달러로 냄.

그래서 수출로 아무리 많이 벌어도, 그 달러가 국내에 머무느냐 밖으로 다시 나가느냐가 환율을 결정함. 지금은 나가는 쪽이 훨씬 조직적임.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만 3월 말 기준 557조원임. 전체 기금의 36.5%임.

여기에 환헤지 비율은 원칙적으로 0%, 한시적으로 최대 10%까지만 열어둔 상태임. 사실상 달러를 사서 그대로 들고 있는 구조임.

개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음.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액은 300조원을 넘겼음.

이건 위기 때 돈이 도망가는 게 아님. 평온한 날에도 매달 꾸준히 달러를 사는 흐름임. 위기형 급등보다 이쪽이 더 무서운 이유는, 멈출 이유가 없다는 데 있음.

바깥 사정도 달러를 빨아들이는 쪽임. 올해 빅테크의 AI 관련 지출은 7,3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정됨. 4대 기업 설비투자 합계만 6,500억 달러 규모임.

문제는 그 돈을 자기 현금으로만 대지 못한다는 점임. 알파벳은 2분기 매출 1,198억 달러를 내고도 잉여현금흐름이 58억 달러 적자였음. 상장 이후 처음임.

그래서 채권을 찍음. 상반기에만 500억 달러 넘게 발행했고, 850억 달러 규모 증자 계획도 내놨음.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6곳의 직접 부채는 4,600억 달러 수준임.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센터 장기임대까지 합치면 1조 2,000억 달러라는 게 무디스의 추정임.

세계에서 가장 신용도 높은 기업들이 동시에 달러를 빌리러 나온 상황임. 올해 발행된 이들 채권 91개 중 78개가 발행 당시보다 높은 금리에 거래되고 있음.

이게 무슨 뜻이냐면, 달러 조달 비용이 구조적으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뜻임. 기축통화국 기업들끼리도 서로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판임.

그 경쟁에 비기축통화국은 참가자가 아니라 가격 수용자임. 남들이 정한 조달 금리를 그대로 얹어서 부담하는 쪽임.

이제 안쪽을 봄. 6월 광의통화 M2는 4,213조원으로 한 달 새 29조원 늘었음. 1년 전보다 6.0% 증가임.

국가채무는 2025년 결산 기준 1,304조원, GDP 대비 49.0%임. 1년 만에 129조원 늘었음.

환율은 결국 두 통화의 상대적 양과 신뢰를 비교하는 값임. 한쪽은 조달 경쟁으로 귀해지고, 다른 쪽은 계속 늘어나면 방향은 정해져 있음.

여기서 흔히 나오는 파산 이야기는 짚고 갈 필요가 있음. 7월 말 외환보유액은 4,279억 달러로 두 달 연속 늘었고, 6월 말 기준 세계 10위로 복귀했음.

받을 돈에서 갚을 돈을 뺀 순대외채권도 3,655억 달러 흑자임. 당장 못 갚아서 무너지는 그림은 아님.

그런데 진짜 봐야 할 숫자는 따로 있음. 1분기 말 대외채무는 7,7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고, 그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1,836억 달러임.

이걸 보유액과 비교하면 43.3%임. 직전 분기보다 1.4%포인트 올랐음. 곳간이 빈 게 아니라, 곳간 대비 급한 만기의 비중이 조금씩 두꺼워지고 있는 상태임.

한 가지 역설도 있음. 순대외금융자산은 1분기에 1,321억 달러 줄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음.

이유가 흥미로움. 국내 주가가 올라서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평가액이 커졌고, 그게 대외부채로 잡힌 것임.

증시가 좋을수록 대외 지표는 나빠 보이는 구조임. 그리고 그 평가익은 언젠가 팔릴 때 달러 수요로 바뀜. 좋은 소식이 시차를 두고 압력으로 돌아오는 셈임.

금리 쪽도 여유가 없음. 연준은 3.50~3.75%를 유지 중이고, 이번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좁혀졌음.

좁혀졌다는 건 여전히 역전 상태라는 뜻임. 그렇다고 더 올리기도 쉽지 않음. 가계부채가 걸려 있음.

결국 환율은 위기의 온도계가 아니라 자본 이동의 결과값임. 국내에 남을 이유가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가 답을 정함.

그래서 1,400원을 회복이라고 부르기보다, 새로 정착한 층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임. 금리 인상은 속도를 늦추는 장치지 방향을 바꾸는 장치가 아님.

개인 입장에서 할 일은 환율을 맞히는 게 아님. 내 자산 중 달러로 표시된 비중이 얼마인지 알고, 그 비중을 의도적으로 정하는 것임.

환율을 예측 대상이 아니라 자산배분 항목으로 옮기는 순간, 1,400원이든 1,600원이든 대응 가능한 문제가 됨.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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