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절망편
코스피는 10월 13일 6,035.35로 마감해 6월 19일 장중 사상 최고치 9,385.59보다 36% 낮아졌고, 시가총액은 5,000조 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다음 날에도 장중 2%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6거래일 연속 하락해 6008.81에 마감했습니다. 불과 넉 달 전 9천 고지를 밟던 시장이 지금은 6천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닥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늘은 이 하락이 더 깊어지는 길을 일곱 개의 도미노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 도미노, 중국이 던진 치킨게임입니다. 이번 폭락의 방아쇠는 단 한 번의 발표였습니다. 창신메모리 사장이 10월 10일 상하이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셀 구조 기술에 핵심 진전을 이뤘다며 연말까지 이를 적용한 서버용 D램 모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구조는 지금 주로 쓰는 방식보다 셀 면적을 약 33% 줄여 같은 크기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양산 시점을 2028년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이 2년을 앞질러 깃발을 꽂는 셈입니다. 돈줄도 두둑합니다. 창신메모리의 상반기 매출은 1503억 위안, 약 30조 8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73% 넘게 늘었고 순이익 776억 위안으로 흑자 전환까지 했습니다. 세계 점유율은 1년 새 3%에서 8%로 뛰었고, 범용 D램을 한국산보다 15~20% 싸게 밀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한 번 지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돌려야 고정비를 건집니다. 정부 보조금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쪽과 주주에게 이익을 보여줘야 하는 쪽이 마주 보고 달리면,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은 대개 후자입니다.
두 번째 도미노, 손님의 지갑이 비어갑니다. 한국 메모리의 최대 고객은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인데, 이들이 지금 외상으로 서버를 사고 있습니다. 제이피모건 시나리오상 올해 대형 기술기업들의 투자 지출이 영업으로 번 현금을 약 700억 달러 웃도는 적자 투자 구간에 들어서고, 4대 기업의 보유 현금은 약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 5.3%를 넘었고,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 투자용 회사채가 국채와 자금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제는 당사자들 입에서도 경고가 나옵니다.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확장의 가장 큰 제약이 자본일 것 같다고 했고, 인텔 최고경영자도 자본 비용과 투자수익률 요구를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전기도 모자랍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이 수요의 34%인 약 32기가와트 부족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자는 비싸지고, 꽂을 콘센트는 없고, 주주는 수익을 내놓으라 합니다. 주문서가 서랍으로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도미노, 실적의 역습입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4조 원, 매출 195조 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55%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 경이로운 이익률이 거꾸로 돌 때입니다. 메모리는 고정비 덩어리라 판매가격이 10%만 꺾여도 이익은 지렛대처럼 훨씬 크게 쪼그라듭니다. 영업이익 반토막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그 충격은 곧장 아래로 흐릅니다. 12일 코스닥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 리노공업, HPSP 같은 장비·부품주가 줄줄이 미끄러졌습니다.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순간 소부장 기업들은 주문서부터 끊기고,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를 못 버티는 곳부터 연쇄 적자의 줄에 서게 됩니다.
네 번째 도미노, 대신 던질 투수가 없습니다. 2차전지를 보시죠.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7% 줄었고,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17% 낮췄습니다. 바이오는 더 심각합니다. 주가가 급락하자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 대신 현금 회수를 요구하는 조기상환이 잇따르고 있고, 업계에서는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업계 전반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자동차는 관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판매가 약 7% 줄었고 원자재 값과 미국 관세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 불펜에는 몸 푼 투수가 아무도 없습니다.
다섯 번째 도미노, 달러 수도관이 가늘어집니다. 한국의 달러는 사실상 반도체 한 줄기에서 나옵니다. 10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12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46.7%를 차지했습니다. 수출 두 달러 중 한 달러가 한 품목에 매달린 구조입니다. 그런데 수입 쪽 청구서가 빠르게 불어납니다. 같은 기간 수입은 65.5% 늘었고, 원유 56.2%, 가스 125.5%가 증가하며 에너지 수입액이 64.8% 불어났습니다. 연휴로 조업일이 짧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흑자는 38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만약 반도체 가격이 꺾여 수출이 줄고 에너지 청구서는 그대로라면, 역대 최대 흑자는 순식간에 적자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올해 6월 환율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러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1,330원대로 내려왔지만, 이 수치는 반도체가 퍼 나른 달러가 받쳐준 결과입니다. 수도관이 막히면 1,500원은 다시 문턱에 불과합니다.
여섯 번째 도미노, 기계적 투매입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9월 초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69조 원 넘게 순매도했습니다. 13일 하루에만 4조5259억 원을 팔아 6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에서만 2조1867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습니다. 비차익거래란 쉽게 말해 코스피 바구니를 통째로 내던지는 매매입니다.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가리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건 받아줄 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끝나고 SK하이닉스 매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외국인 물량을 받아낼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수요가 약하면 외국인이 팔 때마다 지수가 크게 흔들리고, 그것이 다시 투자자를 한국 증시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만약 여기에 환율까지 다시 오르면, 외국인은 주가가 그대로여도 달러로 바꿀 때 손해를 보니 더 서둘러 팔게 됩니다. 매도가 환율을 밀어 올리고, 환율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입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도미노, 한국은행의 손발이 묶입니다. 증시가 이렇게 흔들리면 보통 금리를 내려 숨통을 틔워줍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 3.00%로 운용 중이고, 8월 금통위가 내다본 6개월 뒤 금리 중간값은 3.25%로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근원물가는 8월 3.4%까지 올랐고 9월에도 2.8%로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자 부담은 이미 가계와 기업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한은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3조3000억 원, 기업 3조7000억 원의 이자가 늘어나고, 은행 연체율은 인상 뒤 약 15개월이 지났을 때 가장 크게 반응한다고 추산했습니다. 다시 말해 7월과 8월 인상의 진짜 청구서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미 조짐은 보입니다. 7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로 7월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았고,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5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 1도 안 되는 한계기업 비중도 19.1%까지 올라왔습니다. 경기는 식어가는데 물가 때문에 금리는 못 내리는, 뜨거운 물과 찬물이 동시에 쏟아지는 수도꼭지 앞에 선 형국입니다. 가계는 이자에 짓눌리고, 자영업자는 연체에 빠지고, 내수는 함께 가라앉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오늘의 절망편은 중국의 물량 공세, 고객의 외상 투자 한계, 실적 급감, 대체 산업 부재, 달러 수도관 축소, 외국인 기계적 투매, 묶여버린 통화정책이라는 일곱 개의 도미노가 한 줄로 서 있는 그림입니다. 무서운 건 각각이 아니라 이 블록들이 서로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가 넘어가면 나머지가 버틸 틈이 없습니다. 지켜볼 신호는 세 가지입니다. 창신메모리의 서버용 신제품이 연말에 실제로 고객 인증을 통과하는지, 대형 기술기업들이 이달 말 실적 발표에서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줄이는지, 그리고 외국인 순매도가 원화 약세로 번지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켜진다면, 6천은 바닥이 아니라 중간 계단일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한 가상의 비관 시나리오로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코스피는 10월 13일 6,035.35로 마감해 6월 19일 장중 사상 최고치 9,385.59보다 36% 낮아졌고, 시가총액은 5,000조 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다음 날에도 장중 2%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6거래일 연속 하락해 6008.81에 마감했습니다. 불과 넉 달 전 9천 고지를 밟던 시장이 지금은 6천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닥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늘은 이 하락이 더 깊어지는 길을 일곱 개의 도미노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 도미노, 중국이 던진 치킨게임입니다. 이번 폭락의 방아쇠는 단 한 번의 발표였습니다. 창신메모리 사장이 10월 10일 상하이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셀 구조 기술에 핵심 진전을 이뤘다며 연말까지 이를 적용한 서버용 D램 모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구조는 지금 주로 쓰는 방식보다 셀 면적을 약 33% 줄여 같은 크기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양산 시점을 2028년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이 2년을 앞질러 깃발을 꽂는 셈입니다. 돈줄도 두둑합니다. 창신메모리의 상반기 매출은 1503억 위안, 약 30조 8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73% 넘게 늘었고 순이익 776억 위안으로 흑자 전환까지 했습니다. 세계 점유율은 1년 새 3%에서 8%로 뛰었고, 범용 D램을 한국산보다 15~20% 싸게 밀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한 번 지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돌려야 고정비를 건집니다. 정부 보조금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쪽과 주주에게 이익을 보여줘야 하는 쪽이 마주 보고 달리면,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은 대개 후자입니다.
두 번째 도미노, 손님의 지갑이 비어갑니다. 한국 메모리의 최대 고객은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인데, 이들이 지금 외상으로 서버를 사고 있습니다. 제이피모건 시나리오상 올해 대형 기술기업들의 투자 지출이 영업으로 번 현금을 약 700억 달러 웃도는 적자 투자 구간에 들어서고, 4대 기업의 보유 현금은 약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 5.3%를 넘었고,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 투자용 회사채가 국채와 자금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제는 당사자들 입에서도 경고가 나옵니다.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확장의 가장 큰 제약이 자본일 것 같다고 했고, 인텔 최고경영자도 자본 비용과 투자수익률 요구를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전기도 모자랍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이 수요의 34%인 약 32기가와트 부족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자는 비싸지고, 꽂을 콘센트는 없고, 주주는 수익을 내놓으라 합니다. 주문서가 서랍으로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도미노, 실적의 역습입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4조 원, 매출 195조 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55%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 경이로운 이익률이 거꾸로 돌 때입니다. 메모리는 고정비 덩어리라 판매가격이 10%만 꺾여도 이익은 지렛대처럼 훨씬 크게 쪼그라듭니다. 영업이익 반토막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그 충격은 곧장 아래로 흐릅니다. 12일 코스닥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 리노공업, HPSP 같은 장비·부품주가 줄줄이 미끄러졌습니다.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순간 소부장 기업들은 주문서부터 끊기고,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를 못 버티는 곳부터 연쇄 적자의 줄에 서게 됩니다.
네 번째 도미노, 대신 던질 투수가 없습니다. 2차전지를 보시죠.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7% 줄었고,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17% 낮췄습니다. 바이오는 더 심각합니다. 주가가 급락하자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 대신 현금 회수를 요구하는 조기상환이 잇따르고 있고, 업계에서는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업계 전반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자동차는 관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판매가 약 7% 줄었고 원자재 값과 미국 관세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 불펜에는 몸 푼 투수가 아무도 없습니다.
다섯 번째 도미노, 달러 수도관이 가늘어집니다. 한국의 달러는 사실상 반도체 한 줄기에서 나옵니다. 10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12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46.7%를 차지했습니다. 수출 두 달러 중 한 달러가 한 품목에 매달린 구조입니다. 그런데 수입 쪽 청구서가 빠르게 불어납니다. 같은 기간 수입은 65.5% 늘었고, 원유 56.2%, 가스 125.5%가 증가하며 에너지 수입액이 64.8% 불어났습니다. 연휴로 조업일이 짧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흑자는 38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만약 반도체 가격이 꺾여 수출이 줄고 에너지 청구서는 그대로라면, 역대 최대 흑자는 순식간에 적자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올해 6월 환율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러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1,330원대로 내려왔지만, 이 수치는 반도체가 퍼 나른 달러가 받쳐준 결과입니다. 수도관이 막히면 1,500원은 다시 문턱에 불과합니다.
여섯 번째 도미노, 기계적 투매입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9월 초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69조 원 넘게 순매도했습니다. 13일 하루에만 4조5259억 원을 팔아 6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에서만 2조1867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습니다. 비차익거래란 쉽게 말해 코스피 바구니를 통째로 내던지는 매매입니다.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가리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건 받아줄 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끝나고 SK하이닉스 매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외국인 물량을 받아낼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수요가 약하면 외국인이 팔 때마다 지수가 크게 흔들리고, 그것이 다시 투자자를 한국 증시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만약 여기에 환율까지 다시 오르면, 외국인은 주가가 그대로여도 달러로 바꿀 때 손해를 보니 더 서둘러 팔게 됩니다. 매도가 환율을 밀어 올리고, 환율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입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도미노, 한국은행의 손발이 묶입니다. 증시가 이렇게 흔들리면 보통 금리를 내려 숨통을 틔워줍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 3.00%로 운용 중이고, 8월 금통위가 내다본 6개월 뒤 금리 중간값은 3.25%로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근원물가는 8월 3.4%까지 올랐고 9월에도 2.8%로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자 부담은 이미 가계와 기업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한은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3조3000억 원, 기업 3조7000억 원의 이자가 늘어나고, 은행 연체율은 인상 뒤 약 15개월이 지났을 때 가장 크게 반응한다고 추산했습니다. 다시 말해 7월과 8월 인상의 진짜 청구서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미 조짐은 보입니다. 7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로 7월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았고,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5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 1도 안 되는 한계기업 비중도 19.1%까지 올라왔습니다. 경기는 식어가는데 물가 때문에 금리는 못 내리는, 뜨거운 물과 찬물이 동시에 쏟아지는 수도꼭지 앞에 선 형국입니다. 가계는 이자에 짓눌리고, 자영업자는 연체에 빠지고, 내수는 함께 가라앉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오늘의 절망편은 중국의 물량 공세, 고객의 외상 투자 한계, 실적 급감, 대체 산업 부재, 달러 수도관 축소, 외국인 기계적 투매, 묶여버린 통화정책이라는 일곱 개의 도미노가 한 줄로 서 있는 그림입니다. 무서운 건 각각이 아니라 이 블록들이 서로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가 넘어가면 나머지가 버틸 틈이 없습니다. 지켜볼 신호는 세 가지입니다. 창신메모리의 서버용 신제품이 연말에 실제로 고객 인증을 통과하는지, 대형 기술기업들이 이달 말 실적 발표에서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줄이는지, 그리고 외국인 순매도가 원화 약세로 번지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켜진다면, 6천은 바닥이 아니라 중간 계단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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